[최민정의 태평가] 아이유가 새 앨범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스물셋은 아이유가 직접 작사한 곡으로 16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그녀가 어느덧 23살이 되어 느끼는 감정들을 노래했다. 나도 같은 20대 초반으로서 다 큰 척 하다가도 덜 자란척한다는 가사에 공감이 간다. 어른들의 간섭을 벗어나 자유로운 척 하지만 가끔은 보호가 미치도록 그립다. 인생 다 산 것처럼 말을 해도 어리광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20대 초반은 이렇게 모순적인 시기인가 보다.

스물둘, 어디 가서 늙었다고 말하면 몰매 맞을 나이지만, 대학에서 3학년이란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나는 그 애매한 위치에서 애매하게 지내고 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제치고 새로운 배움을 시작한다거나, 새로운 꿈이 생긴다해도 결코 늦지 않은 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남들이 하는 대로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했던 소녀는 안타깝게도 패기를 배우지 못했다.

학교를 쉬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면서 맘껏 놀아보고 싶지만, 요즘 휴학의 ‘휴’가 ‘쉴 휴(休)’가 아닌걸 알기에 입 밖으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덮어버렸다. 이도저도 아닌 스물,스물하나엔 무얼 했는가. 과거를 돌아봐도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비웃고 있을 뿐이다.

억지로 강의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한국어와 영어가 섞여 외계어로 들린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거라고 위안이라도 삼고 싶어 주위를 둘러봤다. 기대와 달리 다들 눈을 빛내며 경청중이다. 괜히 심술이난 나는 애꿎은 책에 밑줄만 박박 그었다.

또 남들을 따라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공책을 펼쳐도 눈에 들어올리가. 스마트폰만 만지며 한심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예전엔 꽤 똑똑했는데. 이젠 수업내용을 보충해줄 문제집도, 똑똑한 여고생도 없다. 불쑥 솟아오른 자괴감이 내 발목을 잡고 벼랑 끝으로 내려갔다. 부모님은 못난 딸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데. 별별 생각이 다 난다.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에 입술을 꾹 깨물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보다 반뼘이나 더 커버린 아가씨는 길거리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우는 장면을 그렸지만 눈물,콧물이 범벅된 얼굴은 그저 추할뿐이다.

밥은 먹었냐는 엄마의 물음에 괜히 퉁명스레 답하고 침대 위로 엎어졌다. 왜 우는지도 모르겠다. 울음이 차차 잦아들다보니 민망함이 밀려온다. 나는 이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왜 눈물이 났을까.  갈피를 못 잡는 내가 한심해서? 너무 불행해서? 내 꿈은 뭐였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했던가. 터덜터덜 무기력하게 걷는 발끝에 무언가가 걸렸다. 볼록하게 솟은 그곳을 파헤쳐 보니 내가 억지로 묻어두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나타났다. 지금 보면 낙서 수준이지만 글을 쓰며 행복했던 어린아이, 좋아하던 노래의 가사를 곱씹던 지난날들. 그래 이거다. 빛을 잃은 꿈이 다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난 패기를 배우고 싶어졌다. 겁쟁이는 서툴지만 새로운 시작을 하려한다.

스물둘, 나는 지금 사막에 있다.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알 수 없고 그저 목이 마를 뿐이다. 저 멀리 보이는 게 오아시스인지 신기루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작은 기대를 걸고 싶다. 솔직히 많이 두렵고 모두가 원망스럽다.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살아온 대가가 사막에 홀로 내팽개쳐지는 것이라니. 그러나 어쩌겠는가. 아무리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도 아무도 구하러오지 않을 것이다. 까마득히 멀리 있는 오아시스지만,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보기로 했다. 만약 그 것이 신기루라고 해도, 다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나는 여전히 젊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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