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가 만난 스포츠 人 : 대한체육회 양재완 사무총장 인터뷰]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은 스포츠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2020년 대한체육회 100주년 사업의 정점이자 또한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올림픽 메달 등 스포츠 유물을 전시하는 단순한 스포츠 박물관이 아니라 그 유물 하나하나에 사회, 교육적 기능이 첨가된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 박물관을 만들어 가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체육회 양재완 사무총장은 올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에 강한 애착과 의욕을 보이면서도 아직 시작단계인 탓으로 많은 체육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짙은 아쉬움도 함께 나타냈다. 양 총장을 만나 올 한해의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발전 방향을 들어보았다.

▲ 대한체육회 양재완 사무총장

- ‘대한민국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의 기념비적인 첫해가 지났습니다. 이 사업이 갖는 의미는?

▲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한체육회와 가맹 경기단체, 시도체육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며 우수선수들을 육성 발굴, 올림픽‧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세계 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특히 경기단체와 시도체육회의 헌신적인 뒷받침과 국민 여러분의 성원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험난한 여건 속에서 스포츠 정신으로 도전해 어려움을 극복해 아름다운 승리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인 많은 체육인들에 대한 예우나 경험과 기록관리, 그리고 이를 활용한 가치 창출은 미흡했습니다.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은 말 그대로 이들 체육인들의 숭고한 스포츠 정신을 제대로 기록하고 평가해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마련되었습니다.

- 3대 핵심과제는?

▲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은 구술채록/영상녹화, 스포츠 영상(출판)물 제작,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을 3대 핵심과제로 선정해 추진했습니다. 구술채록/영상녹화는 말 그대로 체육원로들이 육성으로 자신의 전 생애를 직접 구술하고 이를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입니다. 스포츠 영상(출판)물 제작은 대한체육회가 최초로 국민들을 상대로 공모한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를 영상물로 제작하는 것이며 이러한 스포츠인들의 기록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 바로 핵심과제들입니다.

- 지금까지의 진행은?

▲ 구술채록/영상녹화는 80세가 넘은 체육원로 25명을 우선 선정해 3개의 전문팀(구술면담팀, 구술검독팀, 영상제작팀)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녹화를 모두 마치고 편집을 마무리하는 중입니다. 스포츠 영상(출판)물 제작은 대한체육회가 사상 최초로 국민들을 상대로 시나리오를 공모해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윤현호 작가의 아이스하키를 주제로 한 ‘퍽’이라는 작품을 SBS가 6억여 원의 예산을 투자해 드라마로 제작 중으로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에 2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입니다. 스포츠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 공유하기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은 설계용역을 마무리했습니다.

- 체육원로들의 구술채록/영상녹화가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 구술채록/영상녹화에 참여해 주신 체육원로 25명은 대단히 만족해하시고 흔쾌히 동조해 주셨습니다. 심지어 대한체육회가 뒤늦게나마 체육원로들을 찾아서 기록을 남기는데 대해 감사의 눈물까지 흘려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아쉽게 첫해 사업에서 선정되시지 못한 많은 체육원로들이 자신이 빠진데 대해 볼멘소리도 계셨지만 또 상당수 체육인들은 내 일이 아니라는 듯 방관을 해 아쉬움도 함께 느꼈습니다.

- 체육원로들의 구술채록 성과는?

▲ 구술채록/영상녹화는 체육원로들의 태생부터 성장과정, 경기 모습과 선수생활을 하면서 겪은 야사 중심의 경험과 현재 생활 등 생애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들 자료들과 영상, 사진들과 함께 엮어 우선 올해 요약본으로 출판되고 영상은 20분 내외의 편집본과 1시간 정도의 풀버전으로 2종류를 제작해 총 50편을 12월 29일 발표할 계획입니다.

- 품질과 내용에서 기대한 수준인가요?

▲ 체육원로들의 대상자 선정에서부터 3개의 전문팀을 선정하기 위한 과정과 입찰단계, 건강이나 개인 일정을 감안한 시간 조정, 구술 동의 번복 등으로 일부 혼선이 발생하고 전체적인 일정이 촉박해 당초 기대만큼 고품격의 작품은 나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는 신규 사업의 특성상 축적된 자료와 전문 인력 부족 등 대내외적으로 애로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이해하고 열심히 추진한 직원들과 많은 언론에서 격려와 관심을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지난 8월부터 시사회를 단계적으로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수정 보완을 했고 참여해 주신 체육원로들의 만족도도 높고 관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다행입니다.

- 시행착오도 있었으리라 여겨지는데?

▲ 사업 첫해인 점을 고려해 체육원로들의 구술채록에 중점을 둘 계획이었으나 예산이 확정된 뒤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미래전략 영역기반 확충을 위해 3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추진해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이 바람에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의 주인공이었던 체육원로들의 기억이 생생할 때 하루라도 빨리 많은 분들을 구술채록하고 그들의 경험과 기록을 담은 영상을 함께 묶어 콘텐츠화 하고자 했던 당초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한 채로 올해에는 25명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또 책정된 예산의 30%에 해당하는 4억 원을 투자해 구축키로 한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도 올해 설계용역만 마친 채 내년으로 연기해야 해 아쉽습니다.

-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은 대한체육회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발전 방향은?

▲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은 체육인들의 강인한 도전정신과 애국심, 그리고 스포츠 정신이 어우러진 대한체육회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1920년 일제 치하에서 민족정기를 회복하고 극일운동을 위해 민간 주도로 탄생한 조선체육회의 얼을 이어받은 대한체육회는 선각자 지식인들과 체육인들이 하나로 뭉쳐 100년의 역사를 만들어 왔고 그동안 세계열강의 중심에 우뚝 섰습니다. 험난한 시절에 불굴의 도전정신과 애국애족의 희생정신, 스포츠를 통한 가치 실현에 앞장 선 체육원로들의 열정의 시간들을 아름다운 문화로 보존하고 계승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중대한 사명감을 갖고 지속적이고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바로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은 스포츠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대한체육회 100주년의 정점이자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 스포츠 박물관이라면?

▲ 메달 몇 개, 유물 몇 점 덜렁 모아놓고 스포츠 박물관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올림픽 메달 등 스포츠 유물을 전시하는 단순한 스포츠 박물관이 아니라 그 유물 하나하나에 사회, 교육적 기능이 첨가된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 박물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 사회, 교육적 기능에 대해 좀 더 설명을 해 주시면?

▲ 나는 ‘메달을 땄다’고 하지 않습니다. ‘일궜다’고 말합니다.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각고의 노력을 한 덕분이지만 이와 함께 지도자, 부모, 그리고 국민들의 열정이 한데 뭉쳐 있습니다. 아들, 딸들이 운동을 하는 동안 부모님들은 시간, 돈 모든 열정을 자식에게 쏟습니다. 지도자들은 함께 잠을 자면서까지 선수들을 지도합니다. 이들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면 심지어 병원에 누워있던 환자들까지 응원을 보내고 대한민국을 소리쳐 부릅니다. 바로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메달이 나옵니다. 스포츠 박물관에 전시된 메달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수들의 목에 걸리게 됩니다. 메달 하나하나에 담긴 이러한 과정들을 담는 작업이 바로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입니다. 이러한 메달을 보는 학생들이 여기에서 역사의 교훈을 배우게 된다면 사회 교육적 기능이 될 것이고 또 재능 있는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또 다른 가치창출의 모멘텀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 또 다른 가치창출은?

▲ 예를 들어봅시다. 조선왕조실록이 일반에게 공개되면서 얼마나 많은 가치창출이 이루어졌습니까? 실록에 있는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많은 소설이 나오는가 하면 영화가 제작되고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한류 스타가 등장했습니다. 이런 것처럼 체육원로들의 생애사와 메달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들을 본 작가들이 드라마, 영화, 소설들로 새로운 스포츠 가치창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이 스포츠와 문화, 역사의 융합 가치 창출의 한 계기가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를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은 차질이 예상되는데?

▲ 체육원로들의 구술채록/영상녹화를 일반인들이나 체육전문가, 역사가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해서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 중요합니다. 올해는 사업이 시행되는 첫해인만큼 아카이브 구축보다 구술채록에 더 많은 체육원로들을 참여시키도록 계획을 하고 진행을 하는 바람에 부득이 늦어졌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설계 용역은 이미 마무리가 된 상태이므로 구축은 내년으로 이월이 가능하도록 사업 연장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체육회 통합과 맞물려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이 자칫 무산될 위기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습니다.

▲ 스포츠인 역사 보존 사업은 체육단체 통합과 관계없이 대한체육회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필요한 사업입니다. 이미 내년도 예산에도 반영되어 있는 상태로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만 제고되고 체육원로들의 지원만 있다면 지속적으로 실행이 가능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체계를 갖추어 계속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은 올해부터 3년차인 2017년까지는 사람중심의 역사를 정리하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100주년에 맞춰 역사중심, 2021년부터는 미래중심, 콘텐츠 중심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포츠인 역사보존 사업은 체육회관 건립, 대한체육회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 명예의 전당 건립 등 주요 현안 사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앞으로 심도 있게 분석하고 계획해 추진하겠습니다.

- 끝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은?

▲ 체육계를 사랑하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건강 등 여건이 열악함에도 구술채록에 협조해 주신 체육원로들과 본 사업의 발전을 위해 애써주신 스포츠역사자문위원회 김용환 위원장님 등 위원님께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본 사업이 새로운 도전분야인 탓에 추진과정에서 대내외적으로 부침이 많아 순탄치 못했고 관련 부서가 임시조직이고 구성원도 비전문가인데다 일부는 신분도 한시적인 계약직으로 처우와 신분보장이 열악한 만큼 정규직화 등 대책 마련에도 신경을 쏟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술채록/영상녹화에 참여하는 체육원로뿐만 아니라 모든 체육인, 더 나아가 국민 여러분들과 언론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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