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한민국 체육계 기상도는 ‘짙은 먹구름’
신년을 맞으면 보통 덕담(德談)을 하는 게 예의에 맞지만 올해 대한민국 체육계를 두고는 덕담을 하지 못하는 심정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 마디로 심상치 않은 정도를 지나 막막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기상도로 보면 ‘흐림’를 넘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라도 쏟아질 것 같은 ‘짙은 먹구름’이라고나 할까?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란 이름으로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시작된 체육계 개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데다 통합체육회 출범, 리우올림픽, 경기단체 통합, 통합체육회장 선거에다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곳이 없다.

먼저 체육계 개혁부터 과정과 지금까지의 결과를 간단히 살펴보자.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대한체육회 등 우리나라 3대 체육단체를 비롯한 유관 단체 2,099개의 전수 감사로 불이 붙은 ‘정상화 작업’(?)은 2014년 한 해 동안 체육계를 숨죽이게 하고는 단 10개 단체만 고발(그나마도 대부분은 무혐의로 끝났다)하는 거대한(?) 성과를 내고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로 망명한 쇼트트랙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파동과 맞물리면서 ‘스포츠 4대 악’이란 신 용어가 탄생했다. ‘승부 조작과 편파 판정’ ‘ 폭력과 성폭력’ ‘입시 비리’ ‘조직 사유화’가 바로 ‘스포츠 4대 악’이다. ‘스포츠 4대 악’ 근절을 위해 2014년 5월부터는 수사권이 있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까지 포함된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이 가동돼 지난해 7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운영됐다.

이 기간 동안 접수된 사건은 모두 389건. 이 중 조사를 마친 201건 가운데 6건은 합동수사반 수사 후 검찰에 송치됐고, 48건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합동수사반은 해체됐지만 ‘스포츠 4대 악 신고센터’는 ‘스포츠비리신고센터’로 이름을 바꾸어 각 지방경찰청 지능범죄 수사대에 설치되어 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했다’라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15년이 저물어가는 12월 23일에는 체육특기자 입시 비리 근절을 내 세워 교육부, 경찰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대한체육회 등과 체육특기자 입시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 전담팀(TF)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담팀은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직접 총괄 지휘한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이쯤에서 강한 의문이 생긴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모든 제재 수단을 강구해 3년 동안 정화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체육계가 썩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위의 결과에서 보듯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말 그대로 잔챙이 몇 명을 잡은데 불과하다. 그러고는 잊혀질만하면 체육계 고위급 인사를 ‘부정 관계로 내사 중’이라고 언론에 터뜨린다. 그것도 체육 기자들이 아닌 검찰이나 경찰 발표로 사회부 기자들을 통해서 …. 아직까지 ‘체육계 고위급 인사’가 구속되거나 구체적인 범죄사실이 드러난 적은 없다.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을 뿐이라는 인상이 짙다.

사실 2,099개의 경기단체 임원이나 선수, 지도자들 가운데 단 10원도 부정이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부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고 ‘스포츠 4대 악’을 무기삼아 체육계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려는 다른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당연히 2016년도 체육계도 언제 어디서 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릴지 모르는 ‘짙은 먹구름’일 수밖에 없다.

리우올림픽도 ‘짙은 먹구름’이기는 마찬가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곧 본격적인 테스트 이벤트가 시행되어야 한다. 소위 프레올림픽이다. 하지만 들리는 소식은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아리송하다.

조직위원회는 문체부, 중앙공무원, 강원도공무원, 체육회, 일반인들까지 한데 어우러진 탓에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분산개최 논란에다 뒤늦게 시작한 경기장 공사는 밤까지 이어져야 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간다. 강원도내 시군(市郡)끼리 서로 이해관계에 얽혀 싸움을 하다가 늦장을 부린 탓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양호 위원장과 개·폐회식 송승환 총감독은 ‘공무원들의 갑질’을 공개적으로 성토하기도 했다. 과잉투자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알펜시아 때문에 올림픽이 끝나면 강원도가 모노토리움(파산)을 선언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형편이지만 IOC의 대외발표는 ‘준비가 순조롭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아직 2년이 남았다는 점에서 ‘짙은 먹구름’보다는 ‘흐림’ 정도라고 해 줄 수 있을까? 그러면 당장 코앞에 닥쳐온 리우올림픽은 어떨까?

먼저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결코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리우올림픽에서 7~8개의 금메달로 올림픽 4회 연속 TOP 1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1996년 애틀랜타(7개), 2000년 시드니 올림픽(8개) 수준이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따냈던 금메달 13개와 견주면 거의 반타작에 불과하다.

리우올림픽은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갖는 변수가 너무 많은데다 현재 우리나라 체육계를 둘러싸고 있는 변수도 많아 7~8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것 자체가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브라질이라는 나라는 훈련여건, 치안상황 모두가 좋지 않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인 시차적응, 무더위라는 환경도 문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현재 체육 환경은 더 어렵다. 문체부 차관이 총괄하는 입시비리 전담팀이 출범한 만큼 뭔가 그럴듯한 실적을 올려야 한다, 여기에 금메달 후보 올림픽 종목이라도 관련되면 그 파급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른다.

3월 27일 출범하는 통합체육회와 통합 경기단체 문제는 리우올림픽과 직결되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은 물론이고 각 경기단체 통합도 모두 일대일이다. 당연히 올림픽에 대한 권한도 똑같다. 통합체육회, 통합 경기단체에 연합회 측에서 합류한 인사들이 리우 올림픽만큼은 팔짱을 끼고 보고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결국 이들이 말썽(?)을 부리면 리우올림픽에 심각한 전력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전력 누수는 연합회 측에서 보면 경기단체를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는 은근히 이를 방조 혹은 부추길 수도 있다. 그래야만 더욱 전문 체육계를 ‘악의 축’이고 ‘비리의 온상’이며 ‘경기단체를 사유화’한 때문이라고 몰아칠 수 있을 테니까.

대한체육회와 경기단체를 떼어 놓으려는 정부의 시도는 이미 반쯤 성공했다. 바로 리우올림픽에 대비한 훈련을 대한체육회는 배제시킨 채 경기단체가 전담하도록 하는가 하면 병역 관련 민원도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이관시킨 것이 바로 실례다. 자칫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 숫자나 TOP 10에서 밀려난다면 그 책임 소재를 두고 누가 희생양이 되어야 할지는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 또한 폭풍 전야나 다름없는 ‘짙은 먹구름’이 아니겠는가?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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