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스포츠 영웅들의 기억
“누구든지 우승을 해야지. 내가 경쟁자들을 따돌릴테니까 마음놓고 뛰라고 했지. 앞에 3등이 가는 거야, 아픈 다리를 이끌고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 결승점 1m 앞두고 따라 잡았어. 그래서 우리나라가 1, 2, 3등을 휩쓸었지.” (선수 최윤칠 원로/육상)

“우리가 북한한테 안되요. 나가면 매번 지니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남북단일팀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지요.” (선수 오상영/탁구)

“우승은 했는데 한시간 반이 지나도록 시상식을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까 태극기가 모자란거야. 그래서 도쿄 시내에 가서 태극기를 만들어 오느라고 시상식이 늦은거였어.” (선수 이홍복/사이클)

스포츠 영웅 및 체육원로께 존경과 경의를
2015년이 저물어가는 12월 29일 ‘구술채록 영상 제작발표회’가 열린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 일반인들뿐 아니라 체육 관계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 극한의 고통을 참아가며 투혼을 불사른 체육원로들의 진솔한 경험담들이 나올 때마다 챔피언하우스를 꽉 메운 후배 체육인들 사이에서는 감탄사와 함께 박수가 터지고 간간히 한숨소리도 새어 나왔다.

‘구술채록/영상 제작’은 대한체육회가 올해 최대 역점사업으로 펼친 ‘스포츠인 역사 보존’ 사업의 핵심. 각 종목에서 추천받은 체육원로 25명을 선정해 지난 4월부터 구술채록과 영상녹화를 병행하며 숨가쁘게 달려온 끝에 이날 구술채록 요약집 발간과 함께 영상 제작 발표회를 가진 것. 한정된 시간에 25명의 원로들의 육성 증언을 모두 들어야 해 한 명당 2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의 영상 상영이었지만 체육원로들은 물론 후배 체육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이은경의 사회로 열린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구술채록 영상 제작과 구술채록집 발간을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 초석을 놓으신 스포츠 영웅 및 체육원로 스물 다섯 분께 깊은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분들의 숭고한 뜻이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면면히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치하했다.

또 스포츠역사자문위원회 김용환 위원장은 경과보고에서 “체육원로들이 하신 이야기들은 단순한 과거의 경험담이 아니라 앞으로 후배 체육인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으로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 귀중한 자산”이라며 “전 종목으로 구술채록이 이어져 신문화 콘텐츠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보였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영상제작 발표가 끝난 뒤 체육원로들의 시청 소감은 감사 인사로 이어졌다.

“여기 앉아있는 원로들이 모두 대한민국 체육입국의 선구자들입니다. 희미해져가는 기억들을 되살려 보존할 수 있도록 해준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을 업어줘야겠어요.” (체육행정 이철승 원로/전 대한체육회장, 현 헌정회 회장)

“원로들의 구술채록은 한번만으로 끝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있도록 대한체육회가 노력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선수 최귀승 원로/근대5종)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수 이홍복 원로/사이클)

이날 영상제작 발표회에 참가한 스포츠 영웅과 체육원로들을 위한 후배들의 축하 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인공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오경(현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이 중심이 된 대한민국 스포츠 합창단이 체육 원로들에게 “아! 대한민국” “키다리 아저씨” “오! 해피 데이”를 헌정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행사가 끝난 뒤 체육 원로들은 식당에서 오랜만에 대표선수들과 함께 식사를 한 뒤 자신의 스틸 사진첩, 구술채록 영상이 담긴 USB(1시간, 20분 요약 영상), 구술채록 요약집과 그리고 2014년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된 고 민관식 전 대한체육회장, 서윤복 보스턴마라톤 우승자 평전을 각각 선물로 받았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불편한 몸으로 지팡이를 짚고 행사장을 찾은 94세의 이철승 원로를 비롯해 최윤칠(육상) 김두환(테니스) 이홍복(사이클) 오상영(탁구) 백인천(야구) 장창선(레슬링) 윤영일(정구) 최귀승(근대5종) 이종택(체육행정) 김영도(산악) 임기준(체육후원) 신동파(농구) 연병해(체육언론) 박경호(축구) 원로을 비롯해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 양재완 사무총장과 스포츠역사자문위원, 체육원로들의 구술채록에 참여한 대학교수들이 대거 참석해 행사장을 빛냈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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