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호의 시시콜콜 경제] 아랫목이 따뜻하면 정말 윗목까지 따뜻해질까? 아궁이에 불 때던 시절 이야기다. 요즘 살림집에 아랫목, 윗목이 분간이나 가던가. 비유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라 민망한지 근래에는 낙수효과라고 달리 부른다. 대기업과 부자들을 잘살게 만들면 그 부가 넘쳐 중산 서민층에게 비가 내리듯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론이다.

이 말이 사실일까?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컬럼비아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낙수효과는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대기업과 부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근로자의 소득도 늘어나야 하지만 이제 그런 연결고리가 매우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부의 분배가 점점 불평등해졌다는 지적이다.

2000년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9%였다. 일년간 우리나라 총소득이 1천원이라면 가계가 가져가는 돈이 690원이라는 이야기다. 90년대에는 70%이상이었다. 이 비중이 2014년에는 61.9%로 떨어진다. 경제성장은 지속됐지만 가계가 가져가는 소득비중은 계속 줄어든 것이다. 경제 3주체 가운데 누가 이 돈을 가져갔을까? 기업이다. 특히 대기업이다.

정부는 그동안 아랫목이 먼저 따뜻하라고 군불을 지펴주었다. 수출 대기업들을 위한 고환율 정책과 법인세 인하 및 감면, 파견근로제, 역사적인 저금리 등등 온 나라의 정책이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대기업들은 정책지원과 국민들의 순응에 힘입어 많은 기업이익을 얻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30대그룹 사내유보금은 약 750조원이다.

비를 내려줘야할 대기업은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갑질이다. 온 나라가 대기업을 밀어주는 것은 기술혁신과 미래 신성장동력을 찾아내 고용을 늘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이에 따라 이윤이 적은 중소기업은 근로자의 급여를 인상하는데 소극적이다. 대기업 근로자는 비정규직, 파견직으로 채워나가면서 급여를 깎아 대기업 이윤을 극대화한다. 중소기업,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모두 대기업에 목을 매달게 한다.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인 대기업은 그들만의 낙수효과를 창출한다. 재벌 2세 3세로 이어지는 부의 편법 상속이 그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처럼 기업내 이익을 조정하여 그들에게 돈을 만들어 주는 편법을 쓴다. 대한항공 사옥 1층의 커피숍마저 누가 운영하는 지를 이제 국민들은 안다. 골목으로 거침없이 들어온 이들은 자영업자들의 빵집, 구멍가게를 궤멸시킨다. 흡사 불가사리 같다.

그럼 윗목은 어떤가? 좀 따뜻해졌을까? 작년말 가계부채는 1207조원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에 비해 너무 빠르고 높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는 지난해 대기업에 견줘 62%의 연봉을 받았다. 더군다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대기업 근로자의 약 50%의 연봉만을 받는다.

작년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율은 -1.6%였다. 2003년 관련 통계작성 후 첫 마이너스 기록이다. 아랫목 이론이 나오고 낙수효과라고 떠들던 기간에 거꾸로 중산 서민층의 소득정체와 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진 것이다.

대기업과 부자들을 지원하면 경기활성화를 위한 투자라고 가진 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서민층이나 소외계층을 지원하면 포퓰리즘이라 비난한다. 중산 서민층에 대한 낙수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실한 마당에 무엇으로 소비를 진작시킬 것인가. 이 계층에 대한 소득증가만이 해결책이다. 낙수효과를 바랬던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떨어지는 돌덩이에 맞아 죽어가는 낙석효과만 본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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