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의 철학과 인생] 미국의 유명한 가수이자 코미디언인 지미 듀랜트(Jimmy Durante)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를 위한 위문공연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짧은 퍼포먼스 밖에 보여줄 수 없었다. 공연 당일 날이었다. 그녀는 몇 곡만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오기로 예정되었지만, 30분 이상 열띤 공연을 펼쳤다. 다른 스케줄도 포기할 정도로 공연을 멈출 수 없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당시 맨 앞줄에 두 남자가 있었는데, 둘 다 전쟁에서 팔 한 쪽씩을 잃은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오른쪽 팔을 잃었고, 또 한 사람은 왼쪽 팔을 잃었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남은 한쪽 손을 서로 부딪쳐 열심히 박수를 쳤다. 이 모습을 지켜본 지미 듀랜트는 차마 무대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다. 지난해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지뢰가 터져, 부사관 두 명이 큰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은 군인의 생명인 금쪽같은 다리를 잃었다. 그 중 하재헌 하사는 오른쪽 다리 무릎 위와 왼쪽다리 무릎 아래쪽을 절단했다. 그런데도 “두 번 다시 나 같은 사고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됩니다”라며 전우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또 “재활하여 자랑스러운 군복을 입고 수색대대에 남아 군복무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좌절하지 않고, 군인으로서 당당하고 의젓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팔 하나, 다리 하나를 잃는 것 이상의 아픔을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우리는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핑계로, 생채기를 과대포장하고 심장을 굳게 만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필자와 같은 대학생의 주된 관심사는 취업일 것이다. 그러나 취업이 좀처럼 쉽지 않다.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게 취업의 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등록금이 네 번째로 높고, 청년들의 대학 진학률은 70%에 이르지만, 취업률은 현저히 낮다. 대졸자 평균취업률은 58.6%에 불과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청년고용률은 40.7%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도 청년들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용기이다. 지미 듀랜트의 공연에서 한 쪽 팔을 잃고도 열심히 박수를 친 관객처럼, 다리를 잃고도 좌절하지 않은 군인처럼. 청각을 잃은 베토벤은 작곡하기 위해 나무 막대기를 입에 물고 진동으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들 모두가 현실의 문제에 좌절하지 않고 진취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헬조선’으로 비유되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다음과 같은 주문을 외우면 어떨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유태인들은 이 구절을 읽으며 나치 학살의 그 어려운 시기에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도 희망을 잃지 않는 청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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