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백 청춘칼럼] 우리 형제들은 모두 어머니로부터 나왔다. 나는 그 마침표를 찍고 나왔다. 모든 구멍은 품어내는 힘이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그 구멍은 힘이 다해 오므라들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폐경기는 조용하게 끝이 났다. 우리 사회는 가족 간의 사랑을 위하고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정말 신경을 쓰지만 아줌마, 아줌마라고 불리는 아이를 낳고, 길러낸 여성. 어머니로서의 행동을 모두 완료한 여성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렸을까. 따뜻한 생명이 나온 자리의 맺음새를 우리는 `폐경(閉經)`이라고 부른다. 폐경, 폐지, 폐수, 폐단과 같이 모두 소비되고 더 이상 이롭지 못해 버린다는 뜻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시각은 어머니에 대해 단순히 쓰고 팽게치는 사물화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주장되어 온 `완경(完經)`이라는 말을 쓰자. 폐경을 폐지하고 어머니로서 역할을 무사히 완결했다는 의미의 완경을 쓰자.

기존 폐경(menopause)이라는 단어는 달(month)과 멈춤(cease)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월경의 멈춤, 또는 마지막 월경이라는 뜻을 가진, 갱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성은 일생동안 400회 넘게 월경, 생리를 한다.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넘는 시간동안 약을 먹거나 단 것을 먹거나 하며 고통을 버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중년이 되면 생리가 멈추게 된다. 이시기에는 사회적 상황 변화와 함께 사춘기 같이 큰 호르몬 변화가 있어 몸과 마음에 영향을 주고 수면장애, 감정변화, 남성화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겨운 시기를 겪게 된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이 있다. 이때 가족의 배려가 필요하다. 사춘기 소녀의 초경을 온 가족이 축하 하듯이 완경이란 말로 어머니의 자리에서 벗어나 오로지 여성으로 다시 시작될 삶을 축복해 보자.

지난해 10월에는 폐경을 완경으로 바꿔 부르자는 ‘빨간 콤마’ 캠페인이 열리기도 했다. 우리 어머니의 자궁은 생명을 담는 봉우리였다. 우리 형제들을 나란히 세 꽃으로 피워 냈다. 그리고 개화를 멈춘 꽃은 바람을 견디지 못하면 낙화를 하고, 이겨내면 열매가 된다. 폐경은 낙화, 완경은 결실이 아닐까. 세월은 얼마나 쌓느냐가 아닌 얼마나 나누었냐는 것이니, 꾸준히 사랑을 되갚아. 어머니의 시든 꽃에 열매를 달아 주자.

완경으로 부르는 일 만큼이나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로부터 오는 질병도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이다. 완경기 우울증은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리면 이유 없이 슬퍼지거나 불안해지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흥분하게 된다. 또한 거식증이나 폭식증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는 단순한 심리치료 보다는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고 호르몬이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체 내에서의 생성이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을 보충시켜 주는 호르몬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적인 의사를 통해 완경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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