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칼럼]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특수법인 통합 대한체육회가 3월 21일 등기절차를 마침으로써 드디어 출범했다. 2014년 11월 6일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합의한 ‘플라자 합의문’ 이후 1년 4개월 15일만이다. 또 1년 이내 통합을 규정한 개정 국민체육진흥법(2015년 3월 27일 발효)의 법적 기한에 6일 앞서 통합을 이루어냈다. 이와 함께 1991년 (구)대한체육회의 한 분과위원회인 생활체육위원회에서 분리, 독립해 국민생활체육협의회를 거쳐 국민생활체육회가 된 이후 25년 만에 통합 대한체육회란 이름으로 다시 합쳐졌다. 이로써 통합 대한체육회는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모두 아우르는 우리나라 유일한 거대 체육단체로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험난한 과정을 딛고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하기까지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위한 통합준비위원회는 2015년 6월 26일 모두 11명 위원 가운데 6명(정부 추천과 국민생활체육회 추천 위원 각 3명)만 참가한 가운데 제1차 회의를 시작해 무려 5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나 제8차 회의(11월 16일)가 되어서야 간신히 정상화됐다. 그만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그 뒤 통합준비위원회는 매주 한 차례씩 회의를 개최하는 강행군 속에서 제20차 회의 만에 통합 밑그림을 그려내며 그 임무를 마쳤다. 1년 이내에 통합을 마무리해야 하는 법적 시한에 쫓기는 바람에 무려 25년이나 다른 생태와 환경 속에서 지내온 두 개 조직을 완전 통합하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4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다소 졸속적인 면도 있었음을 부인키 어려울 것 같다. 당초 2월 15일 열기로 했던 발기인총회가 통합체육회 정관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사전 승인을 받는 문제로 티격태격한 끝에 결국 연기되고 만 것이 이를 증명한다.발기인총회가 발기인대회로 이름을 바꿔 다시 열린 것은 이로부터 20여일이 지난 3월 7일. 그동안 통합준비위원회가 대표단을 구성해 IOC 본부가 있는 로잔을 방문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다음이었다.이후 3월 19일 통합 대한체육회의 새로운 직제에 따라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 직원 인사가 단행됐으며 3월 21일에는 등기절차를 마무리한데 이어 3월 23일에는 통합 대한체육회 김정행, 강영중 공동회장의 취임식과 함께 직원 상견례가 열렸다. 다시 이틀 뒤인 3월 25일에는 통합 대한체육회 이사로 선임된 22명이 첫 이사회를 갖고 조양호, 박재갑, 신정희 이사를 부회장으로, (구)국민생활체육회 조영호 사무총장을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사무총장으로 선출하는 한편 대한수영협회와 대한야구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 첫 업무를 시작했다.통합에 따른 인위적 구조 조정은 하지 않았다. (구)대한체육회 직원 174명과 (구)국민생활체육회 직원 44명을 합친 218명 모두 고용이 이루어졌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에 따라 4본부, 2실, 1단, 17부 체제로 직제 개편됐다. (구)대한체육회에 있던 체육진흥본부, 국제협력본부, 선수촌운영본부는 그대로 존치됐고 학교생활체육본부가 신설돼 (구)국민생활체육회의 업무를 맡게 됐다.

선수 관리 일원화로 체육의 선순환 구조 기대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으로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는 학교체육을 기반으로 한 체육의 선순환 구조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지금까지 학교체육은 운동부 중심의 전문 선수 육성에 치중해 왔다. 이에 따라 전문선수들은 아예 수업은 도외시하고 운동에만 전념하고 반대로 일반 학생들은 체육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이중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번 체육단체 통합을 계기로 이러한 구조적인 악순환에서 벗어나 일반학생들이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1인 1종목을 익히고 이들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전문 선수를 발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 기본 목표다. 바로 2006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해 10년 만에 9만 여개 지역 클럽에 2,800만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독일체육회를 통합 모델로 삼았다. 선수관리 일원화를 통한 원활한 선수 수급이나 은퇴한 엘리트 선수 출신들의 생활체육 지도자 전환도 통합체육회의 기대효과 가운데 하나다. 엘리트 선수 출신들이 은퇴를 하게 되면 일부 극소수만이 지도자도 나서는 등 불투명한 진로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앞으로는 엘리트 선수가 은퇴하면 클럽스포츠 선수가 되거나 생활체육 지도자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제 갓 출범한 통합체육회를 두고 그 공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반대도 공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엘리트체육이 국민들의 사기와 자부심을 높여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면 생활체육은 개인의 건강한 생활 유지가 기본으로 서로가 처음부터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지나친 ‘선순환 구조’ 강조는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것. 특히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스포츠에 대한 극한 경쟁 시대에 최소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능선수를 발굴해 전문선수로 육성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선수를 키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이 생활체육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뒤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아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에 뒤졌고 이에 자극받아 최근 다시 엘리트체육을 집중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그만큼 국격(國格)을 위한 엘리트체육의 중요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통합과정에서의 갈등 극복이 통합 성공의 열쇠
체육단체 통합을 합의한 ‘플라자 합의문’에 서명을 했던 안민석 국회의원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은 지금까지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생활했던 두 단체가 결혼을 해 한 집안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곤 했다. 즉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가 한집 살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논의과정부터 상호 합의와 이해 정신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갓 결혼한 부부도 서로 의견이 맞지않아 싸움을 하듯 25년이나 서로 이질적인 환경에서 생활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쉽게 상호 동화가 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결국 통합과정에서 보여 준 갈등과 조직 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갖가지 부작용들을 최소화하며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이질감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통합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통합과정에서 보여 준 갈등은 약간 봉합이 된 듯 보이지만 IOC의 통합 대한체육회 정관 수정 권고 여부를 둘러싼 이견(異見)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특히 정부의 승인이 지나치게 많은 일부 정관 내용과 1,500명이나 되는 선거인단을 통한 회장 선거 제도,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영문표기, 리우올림픽에서의 단일 회장 선정 등은 발등의 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또 직원들의 처우 문제도 빠른 시간 내에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통합을 하면서 통합 대한체육회는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의 직급을 그대로 인정했으나 서로 다른 직급체계를 일방적으로 동일하게 인정함으로써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즉 (구)대한체육회는 7급으로 입사해 3~4년의 경력을 쌓아야 진급을 하는 형태로 주로 공채 선발인 반면 (구)국민생활체육회는 처음부터 6급으로 시작하고 경력특채가 많다. 이에 따라 (구)대한체육회 직원들의 인사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노동조합도 이의 시정을 요구하며 통합 회장 취임식과 상견례에 참가도 하지 않았다. 내부의 ‘세(勢) 싸움’에다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직원에 대한 불리한 인사 등으로 상당기간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최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는 통합을 이루었지만 법정기한(3월 27일)을 넘겨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가맹경기단체들과 지역에 있는 경기단체들의 통합과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선출키로 한 통합체육회장 선거도 불씨가 될 소지가 있다.특히 통합체육회장 선거의 경우 자칫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세 대결로 맞붙게 될 경우 잠복해 있던 통합 대한체육회의 갖가지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분출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생활체육이 올림픽종목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 제도적 한계는 장기적으로 엘리트체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국제경쟁력 약화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절실한 형편이다.

리우올림픽이 통합 대한체육회의 첫 시금석 될 듯
통합 대한체육회의 첫 시험무대는 오는 8월 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되는 제31회 하계올림픽대회가 될 전망이다. IOC 출범 122년 만에 처음으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펼쳐지는 리우올림픽은 우리나라로서는 가뜩이나 불리한 조건에서 열리는 데다 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들의 통합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섣불리 예상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정행 회장은 2016년 신년사에서 “리우올림픽은 우리에겐 오랜 비행시간과 큰 시차로 역대 올림픽 중 경기 여건이 가장 열악한 올림픽이 될 것 같다”면서도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우리 체육인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세계 10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을 했다.즉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양궁, 사격, 유도 등에서 금메달 7~8개를 따내 4회 연속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기본 목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목표 메달은 통상적으로 내부용보다 30% 정도가 적기 마련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금메달 10개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리우올림픽에서는 목표 달성이 녹록치 않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전문가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예년과 달리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훈련의 주체가 바뀌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즉 예년에는 대한체육회가 주체가 돼 각 경기단체들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각종 강화 훈련과 국제경기 참가 등을 결정했으나 이번에는 대한체육회는 제외된 채 경기단체 자율로 이루어져 대한체육회의 총괄 기능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는 것.결국 객관적인 관점에서 면밀하게 각 국가들의 전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대한체육회가 배제됨으로써 해당 경기단체들의 아전인수 격 전력분석만을 믿을 수밖에 없는 형편인 셈이다. 지난 2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비 지급 일자와 방식을 두고 일부 종목에서 반발하는 등 잡음을 일으키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서둘러 이를 해명하고 진화하는 등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도 바로 총괄 기능을 해야 할 대한체육회가 배제된 탓에 생긴 해프닝 가운데 하나였다.또한 일부 통합 경기단체에서는 리우올림픽 임원 구성을 두고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사이에 벌써 힘겨루기도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즉 올림픽 개최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해당 종목 생활체육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 세워 리우올림픽 임원에 생활체육 관계자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정반대의 시차에다 계절, 그리고 불안한 치안 등 경기외적인 요소로 그 어느 올림픽보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우리나라가 통합에 따른 일부 후유증까지 겹치면서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을 경우 그 책임을 두고 불어 닥칠 역풍이 결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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