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경의 영화 후(後) #1] 혹시나 타이틀을 보고 ‘후(後)’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인지 착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후(後)는 한자 그대로 ‘뒤나 다음’이라는 뜻을 가졌다. 즉 영화 후에 든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20대의 주관적인 생각이니 내 말이 무조건 옳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님을 미리 말한다. 그리고 사실 난, 내가 말하는 영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도 궁금하다. 지금 까지 영화 후(後)에 대한 간략한 소개였다. 아,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부탁한다.

▲ 라쇼몽 '스틸사진'

첫 번째로 나누고 싶은 영화는 ‘라쇼몽’이다. 이미 명작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라쇼몽은 1950년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일본 영화다. 일본 천재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원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라쇼몽으로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다.

나도 처음 본 일본 고전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아는 동생에게 추천 했을 때 ‘기모노, 무사 이런 거 나오겠네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벌써 지루한 듯 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화장실을 나갔다. 나도 처음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지루할 것 같았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아는 동생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 이유가 있다.

▲ 라쇼몽 영화 화면 캡처(유튜브)

일단 영화는 굉장히 얼빠진 표정의 두 남자가 ‘모르겠어.’라고 말하며 시작된다. 이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라쇼몽 이라는 절에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같은 사건을 겪은 두 남자가 한 남자에게 자신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해 준다. 처음에 듣기 싫어했던 남자도 그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 그 이야기는 어떤 남자의 죽음에 관련 된 각기 다른 증언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증언은 다소 자기 위주의 이기적인 성격을 지닌 증언들이다. 두 남자는 그 다른 증언들로 혼란스러워 하고 그 중 한 명은 사람을 믿지 못 할 것 같다며 두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다 약점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죽은 남편도 강한 듯 보이지만 나중에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산적 타조마루도 유명한 산적이지만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난한 승려, 아이 여섯을 키우며 힘겹게 살고 있는 남자까지 뭔가 내세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걸 인정하고 거기에 순응하면서 이기적인 것에 거리낌 없는 남자도 있다.

▲ 라쇼몽 '스틸사진'

이처럼 우리도 약점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약한 사람일 수도 있다. 사실 우리 힘으로 안 되는 일들도 많고 지켜야 할 것들을 잘 지키지 못하는 일도 많고 용기를 내야 될 때 용기를 못 낼 때도 많다. 그리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더욱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다른 생물보다 가능성이 많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쁜 일도 많이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에서처럼 라쇼몽에 살던 도깨비도 인간이 무서워 도망치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진부하고 지겹기도 한 말이지만 이런 우리의 약함을 인정하고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아기 옷을 훔치던 인물처럼 이기적이고 약한 것을 인정하는 건 좋다. 하지만 ‘나 원래 이래!’ 라며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버린 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된다는 건 나를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 서로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생각하고 내가 편하려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런데 같이 사는 사회에서 나만 생각하는 일은 위험하게 느껴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근원은 이런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이 아닐까?

라쇼몽은 지금 20대인 내가 인간, 곧 나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생각 하게 끔 해 준 영화였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한번 쯤 추천 해 주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 어느 샌가 그 영화에 빠져 뇌가 가동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내가 뽑은 명대사]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약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약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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