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민선 청춘칼럼]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꿈은 같아졌다.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 취업하는 것, 대기업에 가는 것. 무늬만 다를 뿐 목표는 같았다. 내 주변만 둘러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인 동생도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었으니까.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이 더러 보이고, 취업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취업이라는 꿈을 바라보면서 움직였다.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지 대학에 입학한 뒤로 쉬지 않고 달렸다. 취업이라는 문턱을 넘으려면 학점과 스펙이라는 기준선을 통과해야 했으므로. 성적 장학금을 받기 위해 매일 커피를 마셔가며 밤을 새워서 과제와 공부를 했고, 동아리에 들어 활동도 했다.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 점점 건강도 나빠졌다.

시험 기간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반짝이는 간판들을 바라보고 있자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소연할 곳은 없었다. 모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뛰고 있었으니까. 쓰러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힘든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힘들어했다.

어른들은 빨리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입사하는 것이 좋다고. 대학을 다니는 때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놓고 본다면 얼마 되지 않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넘쳐난다. 높은 성적은 기본이요, 토익, 교환학생, 대외활동, 동아리 등 많이 쌓을수록 점수는 높아진다.

그리고 나는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잠시나마 쉬는 길을 택했다. 예정에 없던 휴학이었다. 원하던 전공이었으나 어느덧 보고 있게 된 것은 취업. 하루에 아메리카노 다섯 잔을 먹고 크게 아팠을 적, 쉬어가야 할 필요를 느꼈다. 취업이 아닌 내가 더 절실히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로 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42.195km를 달리는 장거리 경기와 같다. 마라톤을 할 때는 어떤가. 단거리를 달리듯 무작정 빠르게 달려서는 안 된다. 빠르게 달리기도 하지만 천천히 걸을 때도 있어야 한다. 물을 마시는 순간 역시. 나는 인생이라는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걷기로 했다.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즐겁다.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으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훗날 이 일과 관련된 직업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어디선가 본 문구가 떠오른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도 힘들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힘들어하라고.

나는 무너진 세상에서 한껏 달릴 것이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잠시 멈출지언정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여러 번 내게 찾아올지도 모른다. 다쳐서 더는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면 휴식을 취하고 움직일 테다. 빠르게 달릴 필요는 없다. 그저 느린 속도라도 계속 걸어서 완주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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