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여솔의 청춘을 위한 넋두리]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나 인턴이 많이 쓸 법한 말이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서 엄청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쨌든 승자일지 모르나,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특히 인턴의 경우 조금이라도 밑보이면 정규직 전환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항상 마음 졸이기 십상이다. 진짜 잘못을 했든 안했든, 어딜 가나 ‘을’인 청춘은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항상 죄스러운 청춘에게 설상가상으로 또다른 죄목이 생겼다. 바로 ‘못생김’이다. 언제부턴가 외모도 중요한 스펙이 되었다. 채용 기준에에 버젓이 적혀있는 ‘호감형 외모’, ‘신뢰감을 주는 외모’에 못생긴 외모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외모가 호감과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잘못을 시정하기위해 성형도 마다하지 않는다. 방문자 수 1위를 자랑하는 한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성형 관련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원래 1980년대 초반 코미디언 故이주일의 유행어였지만 요즘 sns 상에서 다시 등장한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생각보다 무거운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사실 자타공인 성형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외모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시의성 없는 담론일지도 모른다. 또한 미(美)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인 인간의 본능이고, 외모는 어느정도 자기관리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못 생긴게 죄가 되고, 취업을 하기위해 성형을 해야만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정당화할 수 는 없다. 좌시하기에는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다섯 번 째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 케이블 사의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신체적 결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고 평범한 삶을 선물해주자는 힐링 프로그램임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매회 ‘턱주걱녀’, ‘거구녀’, ‘잇몸녀’와 같은 자극적인 프레이밍을 통해 오히려 그들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으며, 나아가 필요 이상의 추가적인 성형과 다이어트를 통해 성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출연자 중 유독 20대 초반 여자가 많다는 점도 취업과 외모의 비정상적인 연결고리가 존재함을 암시하고 있다. 조금은 다른 맥락이지만, 최근 미용 목적의 강아지 안면 성형까지 생겼다고 한다.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동물에게까지 성형을 시키는 사회라면, 취업전선에 있는 젊은이의 성형은 죄를 용서받기 위한 당연한 시정조치(?)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일 수도 있겠다.

누구나 다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지 않을까. 잘못은 못 생긴 외모를 지닌 사람이 아니라 성형을 권하는 사회에 있다는 것을. 시정되어야 할 것은 취준생의 외모가 아니라 대놓고 성형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외모를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우는 채용 관행이다. 삶의 고난과 역경을 겪어보지 않은 20대의 배부른 넋두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청춘은 지금도 충분히 아프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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