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젊은이도 선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유난히 서서 가는 게 힘든 이들이 있다. 바로 중년 이후의 여성들인데, 문이 열리자마자 급한 기색으로 앉을 곳을 살피곤 한다. 우스갯소리로 빈자리에 핸드백을 던져 자리를 확보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승객이 내리기 전에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오죽하면 그러겠나. 힘들고 지쳐서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거나 하체 근육이 형편없이 약해진 노년층은 대중교통 이용 자체가 삶의 애환이다. 전철 객실 안의 의자 배치는 고령화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다. 칸 끝의 3인석으로 고령자를 포함한 노약자들을 모아 둘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자리를 양보할 젊은이가 없다 보니 노인들도 서서 가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노인(?)이 과노인에게 자리를 내주거나,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가 일어나기도 한다. 고령화 사회의 초입에 이 지경이니 필자가 곧 노인이 되는 시대의 상황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양보 받더라도 굳건히 서서 가겠다는 의지를 품지만 그건 그 때 가보아야 할 일이다. 몸은 늙고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나아지질 않는다. 나의 건강을 책임질 사람도, 그렇게 하도록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서서 견딜 힘을 얻는 것은 적정 체중 유지와 더불어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배꼽 아래 부위, 즉 하체 근육의 단련이 절대적이다.

50대 이후, 다리 근육의 소실과 몸통 지방의 증가는 동시에 일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속도는 세월만큼 빠르다. 팔, 다리가 가늘고 몸통이 커지는 거미 형태의 체형을 사과 형태 비만이라 한다. 하체, 즉 엉덩이와 허벅지 쪽으로 근육과 지방이 축적되어 서양 배로 표현되는 젊은 여성의 몸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여성의 경우 서양배로 살다가 사과가 되는 시점은 폐경을 기준으로 한다. 이 시점 여성은 여러모로 몸이 불리해지는 상황이 되는데 그 중심에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이 있다.

증가 추세에 있는 중년 여성의 체지방 및 복부 비만율, 그리고 고지혈증은 면, 떡, 밥, 죽, 빵 등 탄수화물을 즐기는 식습관과 여성 호르몬의 감소라는 두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여기에 좌식생활과 운동부족, 사회생활 증가로 인한 빈번한 모임도 관리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이 밖에도 폐경 이후 이어지는 문제는 무수히 많다. 폐경에 의한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는 식욕 억제작용을 방해하고 체지방축적과 구심성 지방을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다.

진화론을 다루는 학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동물을 잡거나, 채집하는 등 포식행위가 힘들어지므로 생존하기 위해 잉여 에너지를 체내에 축적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외에도 복부가 나온다고 느끼는 시점에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다양하다.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의 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며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 또한 여성 호르몬의 감소는 뇌의 식욕조절 중추인 시상하부에도 영향을 미쳐 식사량 및 체지방량의 조절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육체적 문제뿐 아니라 폐경기 이후 비만의 가속과 다양한 질병은 자존감의 상실, 우울증 등 정신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불가항력 요소에 의해 불리한 육체적 환경에 놓인 여성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폐경 전, 후의 자발적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올바른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사요법을 전제로 하루 1시간 운동 기준으로 걷기 등, 유산소 운동 40분, 웨이트 트레이닝 등의 저항성 운동 20분으로 기본 체력을 유지하고 근육량을 늘려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노화로 인한 생리적 변화가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불가항력적 요소라면, 우리는 생활습관의 변화로 그 위협에 맞설 수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한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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