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최민정의 태평가] 생일은 지인이 많은 것도,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닌 내 휴대전화가 가장 바쁜 날이 아닐까 싶다. 축하 메시지의 길이가 짧든, 길든 누군가에게 있어 나는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하니 기쁘고 또 고마울 따름이다.

사탕을 엮어 만든 목걸이를 주렁주렁 목에 매달고 유치원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케이크 위에 놓인 초는 긴 것이 두개 짧은 것이 세 개다. 나는 꾸역꾸역 또 한 바퀴를 돌아 스물세 번째 생일에 도착했다. 내 생일상 위에 입안이 얼얼해질만큼 달달한 것들이 자리를 차지할때부터 쓰디쓴 술병들이 놓일 때까지, 난 한결 같이 어린아이 마냥 생일을 기대해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고 세상이 한없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모든 것이 고맙고 세상이 아름답다. 어찌 됐건 나는 또 한 바퀴를 돌아 빛나는 케이크 앞에 서있지 않은가.

이렇게 사랑 받는 사람으로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 날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준 주위 사람들, 호화스러운 파티는 아닐지라도 이만하면 꽤 괜찮은 생일이다. 문득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네 번째 케이크 앞에 선 나는 받은 것 이상으로 베풀 수 있는 한 뼘 더 성장한 사람이 되어있으면 하고 바라본다.

생일을 맞은, 생일을 맞을 모든 사람들아 세상에 축복받지 못한 탄생은 없다. 쉽지 않은 인생에 때로 한숨을 쉬고, 또 눈물도 흘렸지만 어찌됐건 우리는 기나긴 한 바퀴의 트랙을 또 돌았다. 무언가 뚜렷하게 이뤄낸 것이 없다 한들 지난 1년 동안 어엿쁜 자신을 어엿삐 여기느라 다들 수고가 많았다. 적어도 오늘, 당신의 생일 하루만은 힘겹게 달려온 스스로를 위로 하고 또 새로운 경주를 시작할 스스로를 응원해주자. 태어나줘서 정말이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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