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나경의 영화 후(後) #4]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일하면서 필요한 태블릿을 떨어뜨렸다. 태블릿 내부에 금이 갔고 내 마음에도 금이 갔다.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모른척할까’ 하지만 나중에 일이 커졌을 경우 내가 감당할 양심의 가책을 생각했다. 머리가 아팠고 나 스스로한테 실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출근 하자마자 사실대로 말했다. 그런데 작동만 되면 상관없다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잠깐 동안 나의 비겁함과 마주한 후 기분이 썩 편치 않았다.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이 일에도 정직을 요구하는 용기가 필요했었다. 그리고 이 용기는 나를 비겁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 ‘태양은 밝게 빛난다’ 의 용감한 판사를 소개 해볼까한다.

▲ 영화 <태양은 밝게 빛난다> 스틸 사진

영화 ‘태양은 밝게 빛난다‘의 프리스트 판사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프리스트 판사는 크게 2가지 일을 겪는다. 먼저 여자를 성폭행 했다며 잡혀온 흑인 소년을 만난다. 두 번째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꺼리는 창녀의 장례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리고 이 두 사건은 곧 선거에 출마할 프리스트 판사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이었다.

일단 흑인 소년은 증거가 불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린 것이었다. 프리스트 판사는 사람들 분위기에 동요하지 않고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 까지 소년을 처벌하지 않았다. 결국 진범은 따로 있었고 흑인 소년은 프리스트 판사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며 그를 존경한다. 그리고 선거 날 당일. 프리스트 판사는 부탁 받은 창녀의 장례식을 맡게 된다. 마을 사람들이 꺼려하는 창녀 장례식에 참여하면 자신의 투표율이 떨어질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프리스트 판사는 담담히 장례식에 임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마을 사람들도 하나 둘 씩 그 장례 행렬을 따른다.

개인적으론 프리스트 판사 같은 캐릭터를 좋아한다. 프리스트 판사는 겉으론 그닥 바르게 보이지는 않지만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이고 약한 사람을 돌볼 줄 아는 캐릭터다. 이런 모습이 왠지 겸손하고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 같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할 것이고 저렇게 할 것이다 말만 앞서는 사람보다 행동으로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 멋있는 것 같다. 아직 20대인 나는 프리스트 판사가 존경스럽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한다. 흑인 중에서도 가장 부족해 보이는 흑인을 자신 제일 가까이 두고 또 사냥을 하러 다니는 마치 거지같은 이들에게 동지라 부르는 프리스트 판사처럼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동정심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약한 자들을 그저 동정이 아닌 진심으로 대하고 배경과 드러나는 것들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프리스트 판사는 진짜 현명한 판사임에 틀림이 없었다.

창녀의 장례식을 살펴보면 장례 행렬을 할 때 한 사람 한 사람씩 행렬에 동참한다. 이걸 보고 한 사람의 용기가 큰 힘을 가졌다고 느꼈다. 하지만 살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용기를 낸 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 인 걸 안다. 그래서 프리스트 판사가 마지막에 우는 장면이 참 마음이 아팠다. 혼자 그 용기를 내려 할 때 얼마나 겁이 났을까. 그래서 그 용기에 같이 동참해준 사람들은 마치 프리스트 판사가 낸 용기에 보답하는 선물 같았다. 우리는 정직을 요구하는 용기, 자신의 신념을 지킬 줄 아는 용기,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는 용기 등 여러 용기들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내가 바라는 건 나의 용기가 ‘내가 놓쳐버린 용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용기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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