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고작 몇 사람만이 알 뿐인 약의 성분, 그 정체불명의 물질을 대다수 사람이 아무런 의심 없이 먹는다. 하루에 세 알씩 약을 먹는다면 연간 1,000알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약의 오·남용을 피하자는 얘기를 우리는 숱하게 들으며 살아간다. 약은 곧 독이므로 효과가 빠른 약은 독성이 강함을 의미한다.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한 한국인은 몸이 아픈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게다가 더 빨리, 더 확실히 효과가 있는 약이라야 한다.

우리의 조급증이 약을 찾고, 의사들은 옆에서 약을 부추기는 형상이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이 에게 의사가 약을 권하는 것을 우리는 당연한 일로 여기고 살아간다. 매일 약을 먹는 사람이 1년간 먹어치우는 약의 양은 얼마나 될까. 양손을 모아 가득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 양일 거다. 10년간 복용한다면 세숫대야로 하나는 될 텐데, 과연 우리 몸이 이 모든 성분을 모두 처리해 가며 버틸 수 있을까. 장시간 우리 몸에 유입된 엄청난 양의 약이 암 발생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하기도 한다.

물론 의사가 환자에게 약 처방을 내리지 않고 돌려보낼 수도 있다. 문제는 환자의 증세가 악화하였을 때 그 책임으로부터 의사가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고가의 의료진단장비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일단 찍어보자고 해야 의사가 최선을 다한 듯이 느껴진다. MRI(자기공명영상장치) 촬영을 해보자는 의사의 말에 이상이 없으면 비용을 돌려줄 거냐 물은 황당한 사례도 있다 한다. 촬영 비용이 한 달 치 월급에 육박할 정도니 서민 입장에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고 검진을 받는다 하더라도 병의 근원을 족집게처럼 집어내어 발본색원한다는 보장이 없다. 현 의료수준으로 병명을 밝히고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여 치료한다는 것은 요원한 꿈에 불과하다. 불과 200년 전만 하더라도 병의 원인이 혼탁해진 혈액에 있다 하여 피를 뽑아 버리는 방혈 요법이 성행하지 않았는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비롯하여 귀족 등 돈 많은 사람들이 이발사의 면도칼 아래 생을 마감했다. 당시 면도칼을 다루는 직업인 이발사에게 방혈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줬고, 그들은 그저 환자의 피를 뽑아 버릴 뿐이었다. 붕대와 피를 뜻하는 징표가 지금도 이발관 네온 간판에 남아있다. 최신이나 첨단은 현세에 우리가 자신에게 붙이는 허세에 불과할 뿐이다. 암의 최신치료 요법이라 자처하는 수술, 화학, 방사선 요법 역시 먼 훗날 무지렁이 선조들을 비웃는 후손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필자가 의사의 혈압약 권유를 거부할 수 있었던 배경은 약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혈압 진단을 받은 많은 사람은 당연한 듯이 혈압약을 받아들인다. 물론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거부감과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좋아지지 않겠냐란 생각에 잠시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높은 혈압으로 인해 야기될 위험성을 의사에게 듣게 되면 이내 생각을 고쳐먹고 평생 약 복용자의 굴레를 쓰게 된다.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혈압약의 효과는 대단히 좋은 편이다.

도대체 혈압약은 어떤 기전으로 우리 몸에서 생리적 작용을 하는 것일까. 강압제, 즉 혈압강하제는 말 그대로 혈압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약으로써 원인이 아니라 증상에만 주목하는 전형적인 대증요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의 완화가 곧 치유의 과정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논에 물을 대는 호스를 예로 들어보자.

물때나 이끼 등으로 파이프의 내벽이 좁아졌거나 무엇인가가 막혀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파이프 내벽에 압력이 발생할 것이고, 양수기 모터의 속도를 줄여 물의 세기를 낮춘다면 압력은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물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논의 벼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닌 약의 문제점에 대해 다음 호에 좀 더 알아보자.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