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자현의 시시한이야기] 이번 학기는 교환학생으로 인도에서 보내는 중이다. 그렇다보니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얘기할 기회가 많다.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오고 싶게 만들까’를 생각하곤 하는데, 쉽지가 않다.

처음에는 한식이나 한옥에 대한 얘기를 꺼내곤 했다. 그런데 내 기대와는 달리 이 주제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외국인들에겐 너무 낯설기만 한 개념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한국’하면 먼저 떠올리는 것들은 오히려 북핵 이슈나, 삼성, 아직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이렇듯 정작 한국 고유의 문화적 색깔에 대해서는 감을 못 잡으니 설명은 더욱 어렵기만하다. 예컨대 ‘한식’을 설명하면, 누군가 일본음식이나 중국음식과의 유사성을 묻는다. 나는 의문의 1패를 당한 기분이다. 옆 나라 문화를 떠올리게 해 우리나라를 설명해야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있는 인도는 부러운 나라다. 인도친구들에게 인도에서 갈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대부분 타지마할과 바라나시를 얘기한다. 그러면 이 큰 나라가 신기하게도 한 장의 그럼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다. 나는 온갖 혼잡과 더위, 자잘한 사기와 위험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들을 무릅쓰고라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한국과 인도의 차이가 단순히 ‘규모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것은 부분이 곧 전체를 보여줄 수 있는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 냈는가’의 차이다. 타지마할은 인도의 미학이자 역사로 확장되고, 바라나시는 수행자들의 고향으로서 인도를 대변한다. 그곳이 실제로 그러한지 여부를 떠나 ‘인도’하면 떠오르는 것, 인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인도는 잘 만들어 냈다는 뜻이다.

인도가 아니더라도, ‘스시, 기모노-일본’, ‘쌀국수(Pho)-베트남', ‘에펠탑-프랑스’처럼 어떤 것이 한 나라의 강렬한 인상으로 확장되는 예는 많다. 이들 대부분이 단순한 먹거리나 건축물을 넘어서 그 나라의 특유의 색깔을 떠올리도록 하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자산이 앞선 나라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인상 깊지 못한 것이라면 아쉬울 일도 없다. 그러나 한식이든, 한복이든, 한옥이든, 무엇을 가지고도 한국의 색깔, 짙은 인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으니 아쉬운 것이다.

언제까지 삼성과 강남스타일이 버텨줄지 모르겠다. 사기업이나 개인의 ‘국위선양’을 바랄 것이 아니다. 국가의 인상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뭔가를 꾸준히 밀고 나가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좋다고, 참 좋은데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으니 일단 오라고만 하면, 지는 것이다. 정말로 이 말을 하고 싶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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