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광고에서 히트한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보다 더 흔한 인사말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부자가 되는 것이 인생 최고의 성공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청년들은 젊은이다운 꿈을 가져보지도 못한 채, 부자가 되기 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었다고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여전히 밥벌이를 걱정하고 돈에 쫓겨 사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적잖은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한 후에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신혼의 행복을 포기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물론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작은 만족을 위해서 큰 행복을 포기하는, 즉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듯한 경우가 적지 않더란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잘못보다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이 더 큽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이처럼 쫓기는 삶을 살게 된 것은 사실 부모 세대들의 잘못이 큽니다.그러나 그 부모들도 이런 세상을 넘겨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부모들의 시대에서는 많이 배우고 열심히 일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말 부부나 기러기 가족이라는 상황을 감수하였습니다. 또 야근과 음주로 밤늦게 귀가하면서도 자녀가 먹고 입고 공부할 돈만 벌어주면 자녀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정의 자녀들은 그 부모에게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일하라는 말은 들었지만, 무엇을 위해서 또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와서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어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행복하지는 않는 부부들의 경우를 저는 아주 많이 보았습니다.

돈이 많으면 세상 살기가 편리하고, 자존심과 가치관을 지키게 해주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표가 되고, 나중에는 주인 행세를 하게 됩니다. 저는 우리 젊은이들이 돈의 하인이 아니라 주인이 되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돈의 주인으로 잘 살기 위해서는 부부의 사랑을 소중히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열심히 돈을 모은 후에 행복하게 살려고 했지만, 어느새 대화가 돈에 관한 것으로 한정되어 사랑을 잃어버린 부부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마 가난 때문에 매일 싸우는 것보다는 부자로 살면서 싸우는 것이 그래도 낫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똑 같이 불행해 보입니다. 사랑도 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고,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싸우며 살아갈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살기에 충분한) 돈을 벌어오지 않아서 싸우게 된다며 찾아온 부부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저는 일단 돈 문제로는 싸우는 것을 그만 두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부인에게 남편이 돈을 못 벌어오는 것이 부인과 가족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지를 확인해보라고 합니다. 또 부인 자신은 과연 남편을 사랑하는지, 혹시 남편에게서 사랑보다는 돈을 더 원하는 것은 아닌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자신이 ‘막일’이라도 해서 가족을 부양하려는 사랑이 있는지, 혹시 가족에 대한 사랑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더 아까워하는 것은 아닌지를 질문합니다.

물론 부자로 살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면서도 부자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것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가가 그 사람의 삶을 결정짓습니다.

돈 문제 때문에 갈등을 겪는 부부들에게 저는 이런 연속적인 질문을 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무엇을 하실 겁니까?” ​당신이라면 무어라고 대답 하시겠습니까? 많은 부부들의 대답은 좋은 집 갖기, 좋은 차 사기, 아이들 유학 보내기, 세계 여행 다니기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그러면 원하는 만큼의 돈을 가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걸릴까요?” 부부들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10년, 20년 아니 그 이상이 걸리겠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그러면 그 때까지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일까요? 그 동안에도 행복하게 살아야 할 텐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요?”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눈치 빠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가 너무 먼 훗날만 생각하고 있었네요. 지금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던 것 같네요.” 라고 말합니다.

저는 당신이 부자로 살기를 잠시 미루더라도 행복하게 살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랑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당신 주변에는 “사랑이 밥 먹여 주는 줄 아느냐?”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요즘은 ‘사랑도 돈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면 밥이 나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더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힘든 나날도 웃으며 이겨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밥도 나오고 옷도 나오고 더 큰 집도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 주변에는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경쟁적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의 부모님조차도 (당신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 큰 부자가 되도록 다그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난해도 행복한 삶’ 대신 ‘불행해도 풍족한 삶’을 선택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당신은 강남의 넓은 아파트, 최고급 침대에 누울 수만 있다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살 수 있습니까? 사랑하지 않는 사람 곁에서 남국 해변의 낙조를 바라보는 것이 행복하겠는가 말입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그렇게 오래 참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알기를 바랍니다. 조금만 둘러 보면, 물질적으로는 그리 넉넉지 않아도 서로를 감싸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예상 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행복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 의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그런 것입니다. 행복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마음을 열어 지금 옆에 있는 당신의 행복을 안아 보십시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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