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흔히 하는 말 중에 ‘부모가 말리는 결혼을 한 사람치고 잘 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말도 있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과연 어떤 말이 맞는 것일까요?

우리를 가장 사랑하고 또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일 것이니 그 뜻대로 순종하여 부모가 만족해하는 사람을 찾아 나설 것인가요? 아니면 적어도 성인이라면(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니)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것일까요?

​영화씨는 요즘 결혼 생각만 하면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영화씨의 부모님이 남자친구의 성격이 너무 다혈질이라 마음에 걸린다며 결혼을 반대할 때만 해도 부모님만 설득하면 아무 문제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겨우 승낙을 하신 참에, 이번에는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남자친구는 부모님의 허락이 없어도 자신은 결혼을 강행할 테니 염려 말라고 하지만, 영화씨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은 결혼을 해도 되는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환영 받으며 결혼한 경우도 고부갈등이다 뭐다 하며 맞춰 살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환영 받지 못하는 결혼의 장래가 어떨지 걱정입니다.

이처럼 양쪽 집안의 부모님 모두 마음이 상한 상태에서 결혼을 계속 진행시켜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부모님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영화 씨와 같이, 내가 선택한 사람을 부모님이 흔쾌히 받아주실 줄로 기대했다가 반대에 부딪치면 그 서운함과 난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상대방 부모님이 나를 반대하는 경우라면, ‘내가 그렇게 환영 받지 못할 존재인가? 내가 어디가 그렇게 부족하다고 마음에 안 들어 하실까’하는 생각에 세상 살아갈 자신까지도 없어지고 맙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흔한 드라마에서처럼 별별 수단을 다 써가면서 결혼을 말리는 부모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양가 부모님들의 열렬한 환호와 지지 속에 결혼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연애결혼이 대세인지라 자식의 뜻에 따라주기는 하지만, 세상풍파 다 겪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의 결혼 상대자나 그 집안의 결점이 눈에 보이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나서서 반대하지 않는 경우라도, 대개는 정말로 흡족해서라기보다는 ‘너희들 뜻이 그렇다면 나서서 말리지는 않으마’라는 식이 대부분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의 결혼 선택에 대해서 부모님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거나 심지어 심하게 반대를 한다고 해서 영화씨처럼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님의 허락이나 반대 자체 보다는, 이런 난관을 어떻게 슬기롭고 현명하게 헤쳐 나갈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들은 결혼 후에 수 없이 겪게 될 여러 어려움들 중의 첫 관문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선, 영화씨의 남자친구처럼 완강하게 결혼을 밀어붙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태도를 갖게 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부모의 반대와 같은 금기에 도전하는 것이 오히려 두 사람의 결속감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신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된 것 같아서 사랑의 열정이 강해지는 것이지요.

다른 이유로는 ‘일단 결혼해서 잘 살면 부모님도 용서해주실 거야’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속담처럼, 처음에는 괘씸하더라도 ‘이왕 이렇게 된 것’ 하면서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심정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반대를 했더라도 자녀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의 부모님은 그 마음을 풀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일단 결혼만 하면 모든 문제들이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하고 방심하면 안됩니다. 가장 중대한 고비를 넘긴 것처럼 보여도 당신이 미처 몰랐던 문제들이 차례로 잇달아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부모님의 뜻을 어기고 결혼했다는 죄책감이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죄책감은 ‘반드시 잘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는 욕심으로 변하고, 계속하여 배우자에 대한 무리한 기대와 요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대와 요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큰 실망으로 변합니다. ​그 결과 싸움이 잦아지고, 자신이 그런 상대와 결혼한 것에 대한 후회로 쌓이는 것입니다.​

또 부부라면 누구나 겪을 만한 어려움에 지나치게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육아나 경제 문제 등으로 힘이 들 때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경험보다 부정적인 경험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열 번 잘 한 것보다 한 번 실수한 것을 더 크게 마음에 담아두는 것처럼 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라고 합니다.​

​요약하자면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반대하는 부모와 그 이유 외에도) 미처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들이 함정처럼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때문에 일단 결혼부터 하고 보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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