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부모가 결혼에 반대할 때, 일단 결혼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은 결코 좋은 방법이 될 수 없음을 지난 글에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부모들은 왜 자녀가 원하는 결혼을 반대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당연히 상대 혹은 상대 집안에 심각한 결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 결점은 개인적인 성격이나 소위 ‘가풍’일 수도 있고, 돈이나 직업 같은 현실적인 조건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이 흔히 하는 “사랑이 밥 먹여주는 줄 아니? 철 좀 들어라!” 같은 말은 자녀가 아무 어려움 없이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인정한다고 해도, ‘사랑에 빠진’ 당신으로서는 오로지 그 사람 자체를 봐주지 않는 부모가 원망스러울 것입니다. 물론 당신이 상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부모가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분들은 당신을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보신 분들이기 때문에 당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또 당신보다 많은 경험을 한 인생 선배이기 때문에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당신이 미처 보지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부모의 관점에서는 훨씬 잘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부모가 잘못된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즉 당신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당신이 대단한 존재처럼 착각할 수도 있고, 당신이 편하게 살게 하려고 물질적인 조건만 지나치게 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부모의 반대를 비판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일단은 무조건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부모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은 부모의 의견대로 따른다는 말이 아닙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님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낼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자기가 포기할 것과 지켜야 할 것에 대해서 더 분명히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충분히 존중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식들로부터 존중을 받는 것’만큼 부모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존중을 받는다고 느끼는 부모들은 일방적인 고집과 강압에서 벗어나 건강한 대화를 나누기가 쉬어집니다.
이처럼 부모의 의견을 존중한 후에는 부모가 지적한 점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난 후 당신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이런 점들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부모들은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합니다. 따라서 자녀에게서 좋은 부모로 대접을 받으면, 그 소원을 성취한 것과 같은 기쁨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대접을 해주는 당신들의 의젓한 태도에 놀라며 흐뭇해 합니다. 그래서 “내가 언제 반대를 했다고 그러냐? 너희들이 걱정되니까 그랬던 것이지.” 정도로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결혼 상대가 부모의 반대에 내 기대만큼 ‘박력’ 있게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우유부단하거나 소극적이라고 비난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 중에는 소위 ‘마마보이’ 또는 ‘마마걸’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 자신이 아예 결심을 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결혼을 결심하고도 부모님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그저 눈치만 보면서 허락을 기다리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자신의 결혼에 대해 공을 들이는 가장 현명하고 적극적인 대응인 것입니다.어쩌면 박력 있어 보이는 사람들은 참고 기다리며 노력하는 능력이 부족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때로는 차선책을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충동에 따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으며 결혼 후에도 더 잘 살 것이 분명합니다.
끝으로 당신에게 꼭 당부할 것이 있습니다. 부모님을 설득한 후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부디 그 동안 겪었던 시련과 불유쾌한 기억들은 털어버리고, 결혼식장에는 감사와 행복한 마음만 가지고 들어가십시오. 좋지 않은 기억들을 곱씹다가는 새로운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할 것은 물론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과도 멀어지게 됩니다. 저는 이처럼 ‘걸려 넘어진 돌부리를 오래도록 돌아보느라‘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불행해진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 당장은 부모님의 반대가 서운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혼한 뒤에 새로운 가족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과거에 매이지 말고 행복한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지혜롭게 살아가기를 권합니다. 언젠가 지금의 시련을 옛날 이야기하듯 웃으며 담담하게 추억할 날이 분명 올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신한다면, 부모님의 마음을 얻을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권합니다. 그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그만큼 당신들의 사랑이 깊어질 것입니다.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