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현지의 종착역 없는 여행] 시처럼 아름다운 노랫말이 350m 가량의 거리를 가득 메우는 이곳. 바로 대구의 명소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이다. 필자가 이곳을 찾아간 날은 비오는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故 김광석은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때 현악부 활동을 하였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합창부 활동을 하면서 그의 음악적 능력을 닦아나갔다. 이후 대학에 입학하여서는 대학연합 동아리에서 민중가요를 부르고 소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도 계속해서 음악 활동을 하다가, 1989년 솔로로 데뷔하여 첫 정규앨범을 낸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우리나라에서 대중음악인의 이름을 딴 최초의 거리이다. 원래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거리였으나 대구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의 거리로 재탄생 하였다고 한다.

거리로 들어서면 아름다운 벽화가 곧바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광석의 노래를 소재로 한 그림, 그리고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읽게 되는 그의 노래 가사들이 담겨져 있다. 더불어 거리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김광석의 노래가 잔잔히 흘러나와 이곳을 찾아온 이들의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사실 필자는 김광석의 노래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벽에 적혀 있는 가사들을 보며 흥얼거리기 보다는 시처럼 감상하고 있었는데, 익숙한 가사가 등장해 꽤 오래 발걸음을 멈췄다. <사랑했지만>이 김광석의 노래였다니. 그저 ‘사랑했지만-’하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그 소절이 귀에 익숙하였고 워낙 좋은 노래이다 보니 요즘 가수들도 많이 불러서 알고 있던 노래였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처음 불렀던 사람을, 부끄럽게도 이 날 처음 알게 되었다.

▲ 윤광웅 작가의 작품, ‘청춘, 그 빛나는’

청춘, 그 빛나는. 한 눈에 띄는 문구에 또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노래 제목인 걸까 싶어 작품 설명을 보았더니 ‘김광석이라는 가수가 그의 노래로 우리에게 청춘을 살게 해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벽화로 표현했다’고 적혀있다. 그가 당시의 청춘들에게 어떤 존재였고 어떤 의미였는지 지금의 나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빗속에서 가만히 그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과연 청춘의 감성을 울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느꼈다. 거리에 잔잔히 퍼지는 선율에 이미 매료된 나는, 당시의 청춘이나 지금의 청춘이나 그 감성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거리의 끝에서 뒤를 돌아보면 참으로 기분이 묘하다. 우선은 이 거리가 더욱 길어질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김광석의 새로운 노래를 우리는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또 한편으로는 거리를 가득 채운 자신의 감성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진다. 김광석의 자취와 함께 걸었다는 생각에 내가 가보지 못한 과거를 엿보고 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곳을 방문한 날에 비가 온다면 사진을 찍기가 조금 불편하지만 노랫소리와 빗소리의 조화에 느낄 수 있는 감성은 두 배가 되니 비 오는 날 이곳을 찾아오는 것도 조심스레 추천한다. 사실 날씨가 어찌됐든, 어느 시대의 사람들이 찾아오든 간에 김광석의 노래는 이곳을 방문한 모두를 따스하게 맞아줄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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