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백민경의 스포츠를 부탁해] 피겨 스케이팅, 차갑고도 아름다운 이 스포츠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기도 했고, 슬픔을 주기도 했다. 본인은 지난 소치 올림픽 판정 논란 이후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챙겨보지 않았다. 그렇게 대략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난 7~8일 TV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바로 새롭게 지어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제71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였다. 몇 년 전 나는 이 대회를 실제로 가서 본 적이 있었고, 그 당시 우리나라 피겨는 김연아 선수를 제외하고는 어두운 현실이었다. 그 생각 아래 이 경기를 지켜보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얼어붙어 있던 한국 피겨에도 따뜻한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최근 남자 김연아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는 차준환 선수는 물론이고 여자 피겨에서도 어린 선수들이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주며 이전과 달라진 긴장되는 경기의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임은수 선수는 김연아 선수 이후로 190점을 돌파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차준환 선수는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종합선수권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르며 국내 최고임을 입증했다. 차준환 선수는 지난 8일 끝난 남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 81.83점과 프리스케이팅 156.24점을 합쳐 238.07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프리스케이팅에서 한번 넘어지는 실수가 나오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우승에는 이변이 없었다. 그는 스피드와 그 스피드를 바탕으로 뛰는 점프를 구사하고 최근에는 표현력까지 좋아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주니어 세계 선수권에 대비해 4회전 점프 추가, 콤비네이션 점프 변화 등 구성요소에 대한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더욱 기대가 되고 있다.

차준환 선수뿐만 아니라 남자 피겨를 이끌었던 김진서 선수와 이준형 선수도 차준환의 등장으로 함께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특히 김진서 선수는 이날 처음으로 4회전 점프인 쿼더러플 토루프를 성공시키며 국제 대회를 앞두고 경쟁력을 키운 모습을 보였다. 4회전 점프는 남자 피겨에서 경쟁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남자 피겨와는 다르게 여자 피겨는 치열했다. 8일 프리 경기에 앞서 1위부터 3위까지의 점수 차가 2점 밖에 나지 않으면서 쉽사리 우승자를 점칠 수 없었다. 그만큼 쇼트 경기에서 모든 선수가 잘했다는 것이다. 프리 경기는 쇼트보다 시간이 더 긴 만큼 체력이 약하면 후반부로 갈수록 실수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선수가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며 수준 높은 대회로 만들어 버렸다.

쇼트에 이어 프리도 모든 선수가 잘한 만큼 최종 우승은 쇼트 1위였던 임은수 선수가 차지하게 되었다. 임은수 선수는 쇼트 64.53점에 프리 127.45점을 합쳐 191.98점으로 1위에 올랐다. 그녀의 경기를 보면 주니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연기력을 뽐내었다. 여기에 빠르고 높은 비거리를 자랑하는 점프까지 더해져 잠재력이 더욱 높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2위 김예림 선수를 비롯해 5위 유영 선수까지 모두 180점을 넘으며 여자 피겨의 앞날이 밝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올해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피겨 종목에 대한 선발전이 3차례 열린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 선발전은 랭킹전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고 순위가 아닌 3번의 선발전 점수를 합쳐 가장 높은 점수를 얻게 되는 선수가 선발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 피겨의 경우 갈수 있는 티켓이 남자 피겨는 한 장, 여자 피겨는 최대 두 장으로 많지 않다. 남자 피겨의 경우 차준환과 김진서의 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여자 피겨의 경우에는 현재 복숭아뼈 부상으로 재활 중인 박소연 선수의 쾌차와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다. 또한 올해 종합선수권 3위에 오른 김나현 선수와 김나현 선수에 0.3점 뒤져 세계 선수권 출전이 무산된 최다빈 선수 등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임은수 선수나, 김예림 선수, 유영 선수 등은 나이 제한으로 인해 이번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그만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종합선수권을 통해서 어린 유망주들의 스케이팅 스킬과 난이도 높은 구성의 점프, 업그레이드된 표현력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 김연아 선수의 영광만큼은 아니어도 앞으로 피겨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 선수들의 연기를 보니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또한 강릉 아이스 아레나 경기장처럼 피겨 선수들에게 훈련하기 좋은 경기장들이 많이 생겨 좋은 인프라 또한 갖추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또다시 과거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