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진형의 철학과 인생] 중국철학사 강의시간 때 있었던 일이다. 공자, 맹자 등 제자백가의 사상을 배울 줄 알았던 첫 수업시간에서 예상과 달리 신문기사를 읽는 시간을 가졌다. 고재욱 교수님은 ‘독서의 힘... 부모의 학력·소득 격차도 극복’이라는 제하의 신문기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보도된 내용을 큰 소리로 읽으며 학생들에게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도 다독을 할 경우 우수한 학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저계급론’이 유행하는 오늘날의 암울한 현실에 경종을 울렸다.

수저계급론이란 부모의 소득, 직업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따라 그 자식의 계급이 금수저 또는 흙수저로 양분된다는 이론이다. 내 주위에도 자기는 흙수저라며 신세를 한탄하는 친구가 여럿 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대학에 입학했을 거라는 논리를 펼친다.

이 같은 이야기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SNS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상당수 청년들이 비관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외부의 요인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외부의 변수에 종속되어 주체적인 삶 자체를 포기해야만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독서량이 높은 학생은 부모의 학력이나 소득의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독서량이 높은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부유한 가정의 학생보다 수능점수에서 20점 정도 차이가 났다. 이처럼 독서는 계층 간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소득격차에서 오는 교육기회 불균형 현상도 점차 해소될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일체 납부하지 않고도 대학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대학공개강의서비스(KOCW)’란 사이트에 접속하면 국내 190여 대학 및 기관에서 공개한 강의를 청강할 수 있다.

9천 6백여 건의 국내 대학 강의가 개설되어 있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최고의 교육기간인 서울대학교 강의도 공개되어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결국 자신의 노력 여하가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더 이상 수저계급론을 자기변명의 수단으로 삼고, 허송세월을 보내서는 안 된다. 태어났을 때 수저가 무슨 색인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대학생이 쓴 글이다. “나는 흙수저란 말이 싫다. 부모님이 그 단어를 알게 될까봐 죄송하다. 나는 부모님에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받았다. 그래서 감사하다. 가진 것 쥐뿔도 없지만 덤벼라 세상아! 외치며 호기를 부리는 게 젊음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