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캡처(우면당)

[미디어파인=김영훈의 Arts & Respect] 지난 21일~25일, 5일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는 ‘우면당, 새 길을 걷다’라는 타이틀로 재개관 기념공연이 연주되었다. 지난 글에서 국악관현악단과 음향에 대한 언급을 일부 했던 터라, 첫날인 21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KBS국악관현악단의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우면당을 찾았다. 그리고 국립국악원 측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연음향에 대한 이해를 위해 서울시 위탁으로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돈화문국악당 23일 공연 ‘2017 산조 수어지교, 진윤경 이충선류 피리산조와 피리시나위’를 감상해 보았다.

우선 두 공연장에 대해 이해해보고자 한다.
국립국악원 우면당은 1988년 개관 이후 리모델링을 거친 29년만의 재개관으로, 국악관현악 연주가 가능한 규모의 자연음향 공연장 구현을 위해 음량과 울림을 증가하여, 무대의 음량을 객석에 효율적으로 전달하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무대 천장과 객석 주위에 총 20여개의 음향 반사판과 무대 밑 10개의 공명통을 설치하여, 평균 잔향시간(RT)을 기존보다 늘렸다고 한다.(홈페이지, 기사 인용) 뒤에 감상 소감을 언급하겠지만, 잔향은 확실히 기존 우면당의 것보다 많이 늘어난 것 같다.

▲ 사진=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캡처(우면당)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창덕궁 돈화문 맞은편에 위치한 140석 규모의 국악전용 공연장으로, 전통문화 지역인 창덕궁 일대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2016년 9월 개관하였다. 돈화문국악당 역시 자연음향을 추구한 소극장이다.

▲ 사진=서울돈화문국악단 홈페이지 캡처

지난 글에 언급했듯이, 국악공연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콘텐츠(연주력)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또한 공연장 음향(자연, 기술 모두 포함)과 그에 맞는 공연장 활용(연주 규모, 편성, 배치 등)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바로 제작진(기획, 연출)의 공연장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두 공연장의 음향에 대한 감상평을 해보자면,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연주된 40인조 이상의 국악관현악의 음향은 만족과 과함이 공존했던 것 같다. 공연장의 음향 설계가 잘 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기술적인 부분이 관여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단순 관객의 입장에서 사알짝 들여다보면, 그 간 40인 이상의 국악관현악이 음향 보조 장치(MIC 등) 없이 국악기 그대로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음색을 객석에 빠짐없이 전달할 수 있는 공연장은 없었다. 예컨대, 무대 규모에 비해 객석 규모(객석 수, 공간 포함)가 너무 커서 객석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설계 오류로 무대 내에서만 소리가 돌아 객석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우리나라 국악관현악의 보통 규모인 40인조 이상을 음향 보조 장치(MIC 등)없이, 소화하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국립국악원 우면당의 리모델링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아울러 음향과 상관없이 우면당에서 앞으로 국악관현악(규모의 의미)이 연주 된다면,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지난 글과도 연결)과 연주자들의 지휘자에 대한 의지가 매우 중요하겠구나.’라는 재밌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과함도 분명히 존재했다. 자연음향의 전달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40인조 규모의 관현악이 연주하기에 잔향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잔향이 과하다는 것은 자칫 개별 악기군의 소리 끝과 소리 시작이 맞물려, 연주자와 감상자 모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잔향은 과함과 부족함 없이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기획과 연출의 측면에서 적당한 규모와 편성을 찾는다면, 이러한 아쉬움은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필자가 생각하는 적당한 규모는 12인조~20인조 정도의 앙상블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국악기 중에서도 음향 보조 장치로 고유의 음색을 가장 잡아내기 힘든 악기인 거문고 소리가 그대로 확성되어 귀에 꽂히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었다는데 있었다.

▲ 사진=서울돈화문국악단 홈페이지 캡처

서울돈화문국악당(이하 국악당)은 우면당과 함께 자연음향을 추구하고 있지만, 상세히 들여다보면 근본적으로 우면당과는 차이가 있다. 이해하기 쉽게 우면당이 앙상블과 소규모 관현악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공연장이라면, 국악당은 독주와 소규모 편성의 앙상블을 염두에 둔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의 공연 음향에 대한 감상평은 그런 면에서 적당하다였다. 물론 연주자 입장에서는 무대 위에서 본인의 소리가 매우 건조하다는 의견도 있었다.(이는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객석에서는 연주자의 소리가 매우 만족스러울 정도의 자연스러운 울림으로 받아들여졌다. 독주 악기와 반주(장구) 악기의 균형감도 좋았고, 무엇보다 과하지 않은 적당한 울림이 전통악기 자체의 성음과 연주자의 연주력을 객석에 그대로 잘 전달하는 것 같았다.

우면당의 음향이 울림이 많아 세련된 느낌이었다면, 국악당의 음향은 따뜻한 느낌이었다.

국립국악원 우면당과 서울돈화문국악당 등 자연음향을 추구한 국악 전문 공연장의 개관과 국악을 대중에게 보다 풍성하게 전달하기 위한 음향에 대한 연구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2007년 국악 전문 공연장으로 개관한 서울남산국악당의 경우처럼 음향 보조 장치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본래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콘텐츠가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기획되고 실연된다면, 우면당과 돈화문국악당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면당과 돈화문국악당은 공연장 개관 취지에 적합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여, 전통음악이라는 콘텐츠가 긍정적인 발전을 할 수 있게 운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들의 노력과 앞으로의 운영에 큰 기대를 해본다.
Respect!!!

▲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김영훈 PD]
추계예술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공연기획자, 문화예술학 박사
전)네오(NE5) 크리에이티브 대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기획담당
현)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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