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은지 청춘칼럼] 따뜻한 날이 계속되고 있어. 엄마에게 꽃 사진 몇 장 보냈어. 엄마가 문자로 걱정 몇 마디를 보냈어. 선배 언니에게도 몇 컷 보냈지. 예쁘다고 간단한 답이 오고 한참 만에 다시 톡이 왔어. 남자친구랑 싸왔는데 봄 사진 보구 기분이 싹 풀렸대, 그래서 남자 친구랑도 잘 풀었다고.

아빠한테도 몇 장 보냈어. 혼자 있냐구, 답이 왔어. 그래서 그렇다구 했지. 그리고 뭐 먹구 싶은 거 없냐구 물으셔서 파스타 먹구 싶다구 했지. 내일 점심은 파스타야.

혼자 하는 꽃놀이를 마치고 도서관에 왔어. 나른하다. 괜히 어깨도 쑤시고 몸이 구부러지고 결국엔 졸음이! 창밖엔 보드랍고 환한 빛이 쏟아져. 무척, 무척 자전거를 타고 싶은 날이야.

너는 뭘 하고 있을까. 며칠 전, 넌 제3세계로 간 것 같아, 만날 수도 없고, 전화를 쓸 수 없는 곳. 같이 있을 땐 다이어리에 언제 무얼 했는지 적어두느라 만나는 하루, 하루가 쌓여갔는데, 오늘은 ‘그냥 수요일’인 것 같아. 윤호도 그럴까. 오늘도 훈련, 내일도 훈련. ‘그냥 군 생활’일까.

분명 네가 논산 어느 곳에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나는 꼭 꿈을 꾼 기분이야. 너와 만나온 기간보다 기다리는 기간이 더 짧지만 함께 있던 시간들이 아득하게 느껴져, 처음부터 없던 시간처럼. 단 일주일이 지났는데 말이야.

정말 자전거가 타고 싶은 날이야. 옆구리 시린 건 겨울이 유독 그럴 것 같은데 웬 걸, 따뜻해지니까 누군가 더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기대 누울 수 있도록. 앞으로는 일주일 이상 혼자 해내야 할 시간들이 늘어나고, 혼자 분별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이 생겨나겠지만 나는 여전히 너를 부르고 싶어.

갈수록 시간에 빈자리가 생기고, 하고 싶은 말이 자꾸 생기지만 왠지 입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 알고 있어? 사람은 사람에 대해서 목소리를 제일 먼저 잊어버린대. 함께 있던 영상을 보다가도 정말 내가 기억하고 있는 소리가 맞나, 순간 낯설어.

기다리는 건 변태가 되는 것 같아. 지나간 시간을 되짚어보고, 그냥 지나간 일들을 꼼꼼하게 되돌아보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사실 이런 의미를 전달하려던 윤호의 행동이 아니었을까, 의심하게 돼, 회상하고 되새기고 상상하고, 다시 되감으면서. 나는 또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게 너에겐 어떤 의미가 되었을지 넘겨짚어 봐. 그러는 동안 일주일이 갔고, 또 이렇게 시간이 가겠지.

일종의 홀로서기 연습이라고 생각해. 네가 내 옆에 있는 동안에도, 혹은 머무르지 못할 공백이 다시 생긴대도 ‘나’로 남을 수 있는 연습.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어떤 시간인지, 그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그 일을 왜 하고 싶은지, 너에게 집중하고 있는 동안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해.

질문은 질문을 낳고, 질문은, 질문을. 혼자 이것저것 한꺼번에 하려다 다 놓쳐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함께 있는 동안은 너에게 자주 투정부리곤 했는데, 이제는 혼자 풀어야 할 질문들이야.

네가 있던 자리 외에는 달라진 게 없는데 일상이 왠지 새삼스러워. 나뭇가지에 집중하니까 보이는 하트 모양 새싹들처럼, 신기해. 예쁘고 따뜻하다. 어쩐지 따뜻해져서 다행이야.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너는 언제나처럼 뭐든 눈을 반짝이면서 하고 있겠지. 머지않아 너를 보는 날엔 자전거를 타러 가야지. 맘이 몽글몽글 설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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