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량(水量)의 넘치고 모자람을 조절해주는 댐

[미디어파인=김국진의 ‘파워 오브 네이처’] 거창 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우리 몸의 자정(自淨) 능력에 대해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뿔에 걸렸을 때는 장작으로 뜨끈뜨끈하게 군불을 뗀 방에 드러누워 땀을 흘리면 얼마 안 가 몸은 씻은 듯이 낫는다. 이럴 때 대추차나 생강차 한 잔 마셔주면 효과가 배가된다. 술을 많이 마셨거나 뭘 잘못 먹었을 때는 시원하게 토하고 설사를 몇 번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곤 한다.

도시에 살 때에는 감기가 찾아오거나 배탈이 나면 습관적으로 집근처 병원부터 찾아갔다. 항생제와 소화제가 잔뜩 들어간 약을 먹어도 제법 시일이 흘러야 몸이 원상태로 돌아온다.

시골에서는 멀어서 병원 가기도 귀찮아 몸의 셀프 치유기능에 맡겨봤는데, 그게 의외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외감(外感)과 내상(內傷)에 의해 발병(發病)했을 때 우리 몸은 자동적으로 땀을 내거나, 토하거나, 설사를 통해 자정 기능을 발휘한다.

한의학은 이러한 우리 몸의 자정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우리 의술이다. 그런데 그 병 고치는 원리가 무엇인지 늘 궁금하던 차에 제대로 된 책 한 권을 만났다.

▲ 비수론

약산약초교육원 전창선(全昌宣) 원장이 쓴 '비수론(肥瘦論)'이라는 의서(醫書)다. 가벼운 건강서적들이 난무하는 요즘 장장 10년 세월 공들여 저술한 방대한 책이라서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한의학계에서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비수론'은 “한의학의 목적은 치병(治病)이고, 치병은 우왕(禹王)의 치수(治水)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홍수와 가뭄을 통제하는 치수의 원리를 병 치료에 적용한 것이 바로 한의학이라는 주장이다.

고대에 우왕(禹王)이 치수를 할 때 강을 준설하고 샛강을 내는 방법으로 물을 다스렸는데, 그런 토목공사 방법이 몸에 그대로 응용되어 한의학의 치법인 한토하(汗吐下:병을 고치기 위해 땀을 내거나 토하게 하거나 설사를 하게 함) 삼법이 시작되었고, 한의학의 기본원리는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경희대 한의학박사인 저자는 후학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책의 뒷부분에 수많은 환자를 직접 치료한 치험례까지 소상하게 기술해놓았다. 또한 한토하 삼법을 전수하기 위해 뜻있는 전국의 한의사들을 불러 모아 약산약초교육원에서 지속적인 강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수론'은 한의학의 바이블인 '상한론(傷寒論)'을 한토하(汗吐下) 삼법의 구조로 완전히 재해석하였고, 토법(吐法)의 원리와 응용방법까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후한(後漢)의 장중경(張仲景)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상한론'은 한의학의 중요한 원천이다.

▲ 보해산 자락에 있는 약산약초교육원에서 집필 중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전창선 원장

저자는 '상한론'이 출현하기 이전의 한토하 삼법을 '원시공법(原始攻法)'이라 명명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상한론의 출현으로 한토하 삼법이 임상의 전면에서 퇴조한 이유도 밝혔다.

상한론 이후 약 1900년의 세월을 거치며 한의학은 다양한 학파들이 생기고 제자백가처럼 백가쟁명하면서 각양각색이지만, 이 책은 한의학을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이면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논리로 흩어진 구슬을 실로 꿰듯 학문적으로 일이관지(一以貫之)하고 있다.

저자는 경희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한 후 한의학의 인문학적 배경을 연구하기 위해 성균관대학에서 선진유학(儒學)을 공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한의학의 기원과 치료의학으로서의 본뜻, 후한시대 상한론 탄생의 의미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치험례(治驗例)는 최근에 각종 난치 질환을 진료한 저자의 의안(醫案)들이다. 비수강약(肥瘦强弱) 구조와 원시공법(原始攻法)을 통한 진료는 쉽고 단순하며 약물의 가짓수나 용량이 적어도 약효(藥效)는 강력하다.

책 후반부에 실린 상세한 치험례는 한의학을 공부하는 후학들이나 직접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한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 김국진 튼튼마디 ‘자연의 힘’ 연구소장

[김국진 튼튼마디 ‘자연의 힘’ 연구소장]
자연건강칼럼니스트
전 중앙일보동경특파원
전 중앙일보 포브스코리아편집장
(현)튼튼마디 ‘자연의 힘’ 연구소장

저서 : '마음의 엔진에 불을 붙여라(번역)'
      '이렇게 시작하여 이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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