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미디어파인=정태화가 만난 스포츠 人] “대한체육회가 탄탄하고 힘 있는 조직으로 발돋움하려면 먼저 즐겁고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통합된 대한체육회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가진 대한체육회 전충렬 사무총장(63)과의 인터뷰는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를 화두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가운데 웃음 꽃을 피우면서 이루어졌다. 그러면서도 전 총장은 “대한체육회는 우리나라 스포츠를 세계 강국으로 견인한 전문체육 육성과 국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생활체육의 활성화를 양대 임무로 하는 단체입니다. 그만큼 조직원들이 자부심과 사명감도 가져야 합니다.”며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열정을 주문했다.

멍들고 지친 조직의 활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

Q 취임하신 지 2개월이 되어 갑니다. 느끼신 점이 있다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한 대한체육회는 그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조직체로 출발했습니다. 통합과 변혁과정을 겪으면서 힘든 탓인지 조직이 멍들고 지쳐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체육활동 지원이라는 업무의 특성이 있겠지만 보고체계나 상하 정보공유 체계에서 엉성하고 짜임새가 없었습니다. 조직과 인사 관리 측면에서 다독거리는 쪽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Q 직원들에게 평소 강조하시는 부분은?
올해는 우리 모두가 자신감과 활력을 회복하는 한 해가 되자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100년 역사를 가진 대한체육회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생활체육은 짧은 기간에 500만이라는 생활체육 동호인 조직을 만들고 대한민국이 스포츠 복지, 스포츠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져 놓았습니다. 모두 대한체육회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대한체육회 직원 모두가 이 소중한 자산을 바탕으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이끌어 나간다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Q 통합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역대 사무총장과 다른 역할이 필요합니다. 명실상부한 통합을 이루기 위한 사무총장의 역할은?
대한체육회가 더욱 탄탄하고 힘 있는 조직으로 발돋움하려면 즐겁고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되어야 합니다. 모두가 대한체육회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직원 상호 간의 소통체계도 확립해 조직원간의 거리감은 좁히고 공감대는 넓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막 하나로 통합된 대한체육회가 단순한 물리적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Q 전 총장께서는 조직과 인사 전문가로 지금까지 체육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무총장 선임을 두고 많은 체육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가 하면 조직개편과 인사에도 뒷말이 많습니다.
이기흥 회장께서 체육 분야 경험이 없는 저에게 사무총장 중책을 맡겨 주신 것은 체육회 통합에 따라 여러 가지 조직과 인사관리에 보다 전문적으로 대처해서 빠른 시간 내에 안정을도모하라는 뜻으로 압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에 취임하자마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를 방문해 체육계의 여러 현안에 대해 지원 요청을 하였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진단을 시행해 직원들이 통합 과정에서 힘들고 멍들었던 부분을 파악하고 있으며 3월 22~23일에는 양평에서 워크숍을 개최해 대한체육회의 미래에 대해 같이 고민도 했습니다. 조직·인사 분야의 경험에 비쳐볼 때 통합된 대한체육회의 체계 정비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부단히 노력해서 자주적이고 효율적이며 생산성 있는 대한체육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1984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들여 놓은 전 총장은 총무처 인사과(1988년~1996년), 행정자치부 인사과장(2002년~2004년),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2008년~2009년), 외교통상부 기획조정실장(2010년~2012년), 안전행정부 인사실장(2012년~2012년), 국무총리 인사 혁신추진위원(현) 등을 거치면서 정부 주요 요직에서 주로 조직·인사 분야를 맡았다. “대한체육회의 기본 흐름은 파악했고 세부적인 업무는 계속해서 공부 중”이라는 전 총장은 조직·인사 분야 전문가답게 대한체육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현안들을 능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잘 되고 적어도 목표 이상의 성과를 내는 튼튼한 조직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고 이는 소통과 화합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전 총장의 지론이다.

▲ 전충렬 사무총장이 제8회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해단식에서 김상항 단장으로부터 단기를 받고 있다.

‘KSOC 아젠다 2020’은 한국 체육 100년 미래 향한 이정표

Q 통합이 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일부에서는 다시 분리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신랑·신부가 살림을 합쳐도 처음에는 서로 생활의 차이로 갈등이 있을 수 있듯이 25년 이상 따로 살아왔는데 서로 이질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러한 초기에 갈라서자고 한다면 또 하나의 시행착오를 낳을 뿐입니다. 모든 종류의 단체 간 통합은 아무리 짧아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봐야 실질적 효과가 나타납니다. 조직 내부의 운영시스템을 안정시켜 통합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시행착오들은 최대한 빠르게 원만하게 화합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서로 터놓고 인정하면서 상호 양보하고 화합하는 노력을 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언론의 도움도 절실합니다.

Q ‘KSOC 아젠다 2020’을 기초한 미래기획위원으로, 그리고 선도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사무총장으로 하실 말씀이 계시면?

‘KSOC 아젠다 2020’은 한국체육 100년의 미래를 향한 새 이정표이자 통합 대한체육회 출범과 창립 1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신뢰와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자정 노력,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연계 강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지원, 스포츠전문 케이블 TV 설립, 체육인 일자리 창출, 100년사 발간 등 많은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제 하나하나가 결코 쉽게 추진 가능한 사안들은 아니지만 체육인의 신뢰회복, 통합에 따른 국가 체육의 균형발전, 체육의 위상 및 자율성 제고 등 일반 국민적 시각에서도 비현실적인 것은 결코 없습니다. 오히려 대한체육회가 지금까지 이런 명제나 가치들이 결핍된 채 지내 온 부분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정책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시 심포지엄 개최나 시도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순회 설명회도 하면서 대한체육회의 100년을 전개해 나갈 동력이 될 아젠다 2020을 향한 초석을 다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Q 2020년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을 맞아 준비하는 다양한 기념사업 가운데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반드시 마무리 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어떤 조직이던 100년이면 한 세기를 넘기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것이므로 과거를 정리, 반성하고 미래를 설정해야 할 소중한 기점입니다. 대한체육회는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을 통해 지난 100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대내외 위상의 확인을 통해 한국체육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가운데 기념행사, 역사보존, 편찬사업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으나 특히 ‘대한체육회 100년사 발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100년이라는 세기적 단위의 의미는 조직 스스로 긍지를 가져도 충분할 만큼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전 총장은 ‘대한체육회 100년사’는 한국체육 100년의 발자취를 사실적이고 체계적으로 재조명하고 선조들의 지혜와 역사적 교훈을 통해 앞으로 100년을 위한 주춧돌을 놓는 것인 만큼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간된 각종 대한체육회의 사사(史事) 에서는 우리나라 체육의 젖줄이 되어 왔던 전국체육대회나 회원종목단체들에 대한 기술은 미미하고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한체육회 100년을 과연 어디까지 확장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즉 회원종목단체들에게 까지 기술 범위를 넓힌다면 또 이들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확대를 해야 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면밀하게 검토해 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주요 의제는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치고 있어

Q 대한체육회에는 많은 위원회들이 있지만 권한이 없어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높은데?
대한체육회에는 국내 대학스포츠 발전 도모를 위한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선수 관련 사항을 조언하는 선수위원회, 각종 규정의 총괄 관리와 분쟁의 해결을 위한 스포츠공정위원회등 3개의 특별위원회를 포함해 모두 19개의 위원회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홍보·미디어위원회처럼 기능을 확대, 강화해 재설치한 것도 있고 체육인들의 고용안정과 능력개발을 위한 고용·능력개발위원회는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각 분야마다 전문가들을 두루 모셨습니다. 위원회의 지원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각 위원회 위원장들은 이사회 및 총회에 배석해 대한체육회의 전반에 대해 정보를 공유뿐만 아니라 각종 사업에 대해 전문적인 제언을 하고 수시 회의를 개최하여 이름뿐인 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Q 대한체육회 통합과정에서 많은 체육인들이 타의로 억울하게 체육계를 떠난 사례들이 많습니다.
체육계 4대악을 척결해 가는 과정에서 정책 의도와는 다르게 선의의 피해자들이 상당히 생겼고 이분들을 위한 합당한구제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합니다.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이들의 구제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조치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체육계가 직간접으로 연루됨으로써 대한체육회의 정체성이 훼손되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KSOC 아젠다 2020’에 신뢰와 투명성 제고를 위한 과제를 제일 먼저 넣은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대한체육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체육 조직으로서의 정체성과 엄정성을 공고히 하는 것이 핵심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체육회 스스로가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자정 쇄신을 해야 할 것이고 정부와의 분명한 역할 구분에 따라 해야 할 일은 자주성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은 우리 통합 대한체육회가 한 마음으로 화합하여 추진해 나갈 때 가능합니다.

Q 정부와 알력을 빚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고 그러한 말이 들리는 것 자체도 실로 유감입니다. 대한체육회는 주요 의제를 추진하면서 정부에 보고할 것은 보고하되 모든 것은 소통을 원칙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자율성입니다. 법령에 따라 정해진 역할 안에서 자율성을 발휘할 때 창의도 발현되고 성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준수하면서 국가 체육진흥에 관한 임무를 최대한 자율적, 창의적으로 수행해 가고 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이냐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 대화의 장을 자주 만들어 함께 고민해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는 전 총장은 ‘관리의 핵심은 무조건 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하며 아직 얼굴을 익히고 있다는 전 총장은 화제는 가능한 한 업무 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고. 대한체육회의 재정 자립도가 채 2%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재정 자주성이 부족해 결국 직원들도 보수나 복지에서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전 총장은 피곤하고 멍든 부분을 치료해 활력이 있고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언론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전 서울신문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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