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나라나 기업이나 성장을 멈추면 힘을 잃어 비실거리다 고사한다. 성장을 멈추지 않으려면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힘과 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재원이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면 상당한 고민이 될 것이다. 경쟁에서 밀리면 곧 생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동안 한강의 기적을 너무 의지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처럼 만난 행운에 기대어 너무 오랫동안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를 경고해 왔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동력을 잃어버린다며 동력원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지만 우리는 이미 10년 이상을 끌어 왔다. 이제는 더 이상 못 견디겠다며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변화를 두려워 한다.

경제는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한다. 경기에 민감한 기업들은 이미 판세를 읽고 규모를 줄이고 버티기 모드로 들어갔다. 재투자도 하지 않고 기업의 수익은 통장에 쌓아 둔 채 관망한다. 사업을 벌이면 벌일수록 말려들어가는 수렁처럼 비용만 커지고 도무지 수익의 승산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치적 판이다. 과거 왕성한 활동기에는 그 정치적 판이 한 몫 단단히 했기에 빠른 시간 안에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런데 복잡 미묘해진 세계는 이제 과거처럼 호락호락하지 못하다. 판을 까는 것도 단순한 판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복잡함과 실패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것이고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정치가의 달콤한 립서비스에 안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모두를 잃어버릴 수 있다.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제 궤도에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20년이 넘게 늪에서 빠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짧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급급한 경제정책 역시도 굵직한 뿌리를 가지지 못했다.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의 흔들림은 전체의 위기를 몰고 올 수도 있다. 단계적으로 정상 절차를 밟으며 성장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의 급조된 공사로 일을 진행시켰기에 돌아보지 못한 부분도 많고 부실한 부분도 많다. 총체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의 보수 및 개선을 필요로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따라서 안전장치 하나 없는 현재의 표류는 상당히 심각하다. 경제를 모르는 정치가들의 단시안적인 정책이 초래할 위험을 생각은 해봤는가. 물속의 흐름은 보지도 않고 겉으로 보이는 판세에 좌지우지 되며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으로는 이번 총괄적인 산업 경제 위기를 극복해내기는 역부족이다.

법과 제도도 시장의 생태도 거스른 정책공약들은 다가올 미래를 암흑으로 만들 것이다. 이미 국내 최대 그룹이 흔들렸고 기업들의 중심인 전경련도 백기를 들었다. 이들이 손을 내려버리면 무엇으로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까. 전국의 민간 경제인들이 정책의 거대한 힘에 입을 닫아 버렸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일부의 일탈을 바로 잡고자 겨우 서있는 우리 시장경제의 축을 흔들어 버릴 수는 없다. 기초체력이 있어야 활동도 할 수 있고 활동을 해야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난세에는 영웅을 기대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영웅은커녕 바른말을 하는 학자조차도 없다는 것이 유감이다. 무수한 학회와 연구소들은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산으로 가는 상법개정과 정책을 말리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잘 작동하는 모양새를 보일지는 몰라도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버려진 시간만큼 피해는 커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피상적인 모습에 휘둘리지 말고 물 밑에 본류를 보고 중장기 안목으로 잣대를 세워야 한다.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시사칼럼니스트
시인(2011년 등단)
현)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저서 : 새벽한시간, 지하철안에서 생각을 만나다
      남자시, 그렇게 보낸하루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