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주동일 청춘칼럼] “지금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성적이 잘 안 오르는 것 같아. 왜 이렇게 겁을 먹니.”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들었던 말이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자신감을 찾기 위해 여행을 다녔고 중국 무술 동아리에 들어가서 쿵푸를 배웠다. 심지어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 문신까지 새겼다. 얼떨결에 입대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생기지 않았다. 뭘 해도 난 안 될 것 같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자신감’(Self-Confidence)이라는 말은 심리학에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인다. 자기효능감은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심리학자 알버트 반듀라(Albert Bandura 1925~)가 제시한 개념이다.

자기효능감의 결여는 단순히 자신감이 없다는 뜻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효능감의 결여는 자존감의 저하로도 이어진다. 자존감은 자기효능감에 기초한 자기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낙담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그것을 넘어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 타인이나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등의 ‘자존심이 센 사람’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자기효능감을 올리는 방법들이 그다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그만 일부터 실천하기, 자주 스스로 칭찬하기, 롤모델 만들기 등이 있는데 사실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어떤 일을 조그만 규모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키워나가는 것도, 스스로한테 칭찬할 만한 일이 많을 가능성도, 하루아침에 롤모델이 생기는 것도 어느 하나 실제로 하려면 선뜻 하기 힘들다.

조금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는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보길 바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을 작은 규모부터 큰 규모로 키워나가는 것도, 스스로에게 칭찬하기도, 롤모델이 생기기도 쉬워진다.

대학교에 들어온 나는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다. 대신에 나는 막연히 동경해온 세계들에 빠져있었다. 홍대에 가서 인도 향을 파는 히피 옷차림의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고, 빈티지 옷을 모으기 위해 빈티지 샵에 들어가 직원들에게 옷을 하나하나 붙잡고 하루 종일 질문을 하고 나왔다.

군대에서는 문학을 좋아하게 되어 남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그 전의 20년 동안 읽어온 책들보다 더 많은 양의 책들을 2년 동안 읽었다. 하지만 이 과정들이 공부나 운동, 여행보다도 자신감을 쌓는 데에 훨씬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것들을 통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에 대한 열정을 찾았다.

그 때부터 나는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말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자 무슨 짓을 해도 생기지 않던 자신감이 그제야 흐릿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국문과도, 신문방송학과도, 문예창작과도 아니어서 글을 여기저기에서 주워 담듯이 배웠다. 아직도 담을 것이 한 가득 남았다. 사실은 무엇을 담아야 할지 가끔 막막하기도 하다.

그래서 아직 어떤 성과물을 보여주면서 ‘여러분도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나처럼 자신감이 없다는 소리를 지겹도록 듣고 자란 사람도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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