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영훈의 예술로 보는 세상]

펜은 칼보다 강하다.

지난 탄핵정국과 촛불집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문화, 블랙리스트, 촛불집회, 시위문화, 축제, 문화제, 블랙텐트 등이라는 것에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박근혜, 최순실, 정경유착 등 더욱 강한 키워드들이 존재 하지만, 필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부분이 문화예술에 관계하므로 다소 주관적으로 정리하였다.

탄핵정국과 촛불집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퍼포먼스로 평화적 시위와 성숙된 시민문화를 이끌었고, 또한 집회를 하나의 축제문화로 탄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이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문화의 힘을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문화예술인들은 누구보다 투명하고 정당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그 추운 겨우내 평화집회의 심장 광화문 광장에 텐트를 치고 기거하며, 무대를 만들고 평화적인 시위를 이어나갔다. 결국 어느 누구, 하나의 특정한 힘이 이루어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문화예술인들 또한 뼈를 깎는 인내와 고통으로 큰 역할을 해냈다고 자부한다.

대선후보들의 문화예술 공약.

이처럼 문화예술인들의 활약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탄핵이후 여전히 과거 적폐청산만 외칠 뿐 투명하고 정당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매우 유감이다. 단적인 예가 대선후보들의 정치공약들이다.

여기서 주요 대선 후보 5인의 문화대선 공약을 들여다보자.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물론 심도 있게 조사한 내용이 아니라 다소 왜곡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나, 경제, 교육, 복지 등 후보들이 열을 올리는 공약사항들에 비해 노출이 없어, 필자처럼 이렇게 열을 올리며 찾아야 하는 정도의 공약이라면(드러나지 않는), 다소 조사가 부족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을 듯도 하다.

우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와 보수 적자를 자부하는 홍준표 후보는 선관위에 공개한 10대 공약사항 중 문화예술에 관련한 공약이 아예 없다고 한다.(기사 인용) 개인적인 분개와 어이없음은 자칫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삼간다.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여느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환경, 복지 등과 연계한 다소 뜬 구름 잡기식 공약을 내놓았는데 계층간 문화균형 실현, 자유롭고 창의적 문화예술환경 조성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문화균형을 실현하고 창의적인 문화예술환경을 조성할 것인가는 찾기 힘들었다. 아마도 대선 후보들 대부분의 공약이 이런 식이 아닐까 한다.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유일하게 구체적인 문화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심상정 후보였다. 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개발, 문화예술인 노동기본권 보장, 공공부문 문화예술 노동자 정규직화, 문화예술 독립성 강화 및 전문성보장, 과도한 규제개선, 초중고 예체능교육 활성화, 학교 예술강사 정규직화 등 그나마 대선후보들 중 군계일학의 문화공약을 내놓았다. 물론 필자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단지 중요성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의 문제일 뿐 어떤 것이 옳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집회에 나가 국민들 사이에서 촛불을 흔들며 문화예술인들의 처절한 평화 퍼포먼스와 함께하던 현재 대선후보들의 얼굴이 오버랩 되며, 필자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는 것은 왜일까?

후보님들, 같이 좀 먹고 삽시다.

여기서 잠깐 문화예술계에 정말 중요한 쟁점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가 블랙리스트였다라고 한다면 필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 철저한 경제논리의 사회에서 왜 문화예술인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지원에만 몰려 일희일비 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이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이어진다.)

복지에도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있듯이, 문화예술인 지원에 있어 선택적인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하는데, 그 선택에서 리스트 구성으로 인해 불합리한 지원이 이루어 졌고, 정작 지원받아야 할 예술 활동에 정치적 관점이 개입하여 배제되었던 것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문화예술이 국가의 지원을 모두 받을 수는 없지만, 그나마 실행되는 지원이 정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가급적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으로 상식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정상적 경제활동이 가능하여, 국가 지원에 의지하는 문화예술인 비율이 소수인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문화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계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보유 예산으로 행하는 일방적인 지원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선행되어야 할 정책은 예술 활동과 산물이 경제 논리와 활동에서 배재되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활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물론 매우 힘든 일인 것은 인정한다. 우선 국민 개개인 의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고,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상세한 정책을 세우려면 사회, 문화, 경제, 복지 등 여러 분야의 조합과 합리적인 해석도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는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은 전문적인 식견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한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 당선될 자격이 있다고 도 생각한다. 참고로 구속된 전 대통령 조차도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삼았었다. 물론 정경유착의 도구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미래 사회에서 문화예술의 힘과 중요성을 인정한 것임은 분명하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복지나 지원의 부정이 아니다. 복지와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필요한 대상들에게 정당한 대가와 혜택을 분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술인 복지는 생활조차 힘들지만 예술 활동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어야 하고, 예술인 지원은 정말 좋은 예술 활동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렇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문화예술계가 사회 통념과 예술이라는 이름아래 선입견 없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의식과 시장을 형성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국민들은 경제, 안보,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선입견 없고 정당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대선 후보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김영훈 PD]
추계예술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공연기획자, 문화예술학 박사
전)네오(NE5) 크리에이티브 대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기획담당
현)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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