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지키미 회의론 [박창희 칼럼]

박창희 교수l승인2017.05.23l수정2017.05.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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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지난 호에 곱창 먹기 전 고지혈증 약을 먹는 사람들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필자의 장인 역시 고지혈증 판정을 받고 약을 상시복용 중이다. 칠십 여섯의 노인이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필자 회사의 일을 젊은 아르바이터 틈에 끼여 열심히 거드신다. 오히려 몸을 사리는 젊은 놈들을 비웃듯 중량 나가는 물건들을 번쩍번쩍 드는데 마치 인간 지게차를 방불케 한다.

일이 끝나면 삼겹살에 소주 두 병은 기본이다. 장모님 타박을 받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의 주관에 의해 뻔뻔이 마신다. 폭음이 이어져도 지각 한번 없이 젊은 친구들 틈에 앉아 일하는데, 저녁에 또 술 약속이 있는 듯 신이 잔뜩 났다. 패기 있게 일하고 주말엔 산을 타는데 신 영감 산 타는 모습을 본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한다. 몇십 년 전 청와대 까러 왔다고 말해 온 세상을 경악시킨 김신조를 보는 듯하다고 말이다.

인구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늘어나는 노인중 이렇게 젊은이 못지않은 발랄한 노인들 역시 증가추세다. 그러나 혈기왕성한 이 늙은 오빠들이 잔뜩 기가 죽고 얌전해지는 유일한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병원이요, 그 오빠들을 기죽이는 자는 의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이들도 병원 문턱을 넘어 환자들과 섞이면 그저 인생 정리가 임박한 고령자임을 깨달은 듯 얌전해진다.

신명 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제지하듯 병원은 노인들을 자제시키고 주의를 준다. 의사가 근엄하게 내미는 진단서의 높은 수치가 아직도 신나게 놀고픈 이들을 잔뜩 기죽게 한다. 높아져 있는 숫자 앞에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규칙적으로 의사 앞에 불려와 약을 받아 가는 일이다.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의식과도 같은 행위를 통해 자신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병원 처방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여생을 정열적으로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다.

특이한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그저 가령현상에 의해 수치가 높아진 것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왜 나이 들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일까? 자연의 섭리에 맞는 명확한 이유가 있음에도, 현대 의학은 단순히 수치의 높, 낮이에 따라 많은 정상인을 환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병원과 의사의 지침을 신처럼 따른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우리의 건강을 찾거나, 유지해보자는 필자의 노력은 그저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이제 필자는 더 이상 글도, 강의도 하고 싶지 않다.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획기적 방안을 제시 못 하는 강의도, 글도 이제는 공허롭다. 생활습관 개선을 일관성 있게 주창하는 필자의 강의를 청강자들은 즐겁게 듣지만 결국 그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몸이 아프면 의사가 나를 고쳐줄 거란 믿음으로 병원을 찾을 것이다. 과연 모두가 그렇게 편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뿐일까? 건강도, 정치도 모두 포퓰리즘에 젖었고, 대중을 선도하는 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영욕 외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자신의 인기와 입지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자들에 세상은 환호한다. 건전한 비판이 환호 속에 묻힌 그 속에서 나는 마치 카뮈의 이방인 같은 존재였다.

술을 끊고, 적잖은 나이에 공부하며, 우리의 건강 분야가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을 신념을 지니고 배척하려 했지만 그 노력은 정말 쉽지않다. 필자의 뜻이 옳다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의로운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현실이 견딜 수 없이 힘듦을 실토하는 것이다. 그저 필자가 써왔던 글들이 병원, 의약품, 쇼 닥터들, 그리고 우리의 몸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박창희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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