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업>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정다운의 영화 들여다보기] 동화는 흔히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분류되어 진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 애니메이션 속 판타지 세계에 열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동화 속 세계는 흥미롭다. 손에서 얼음을 내뿜는 여왕의 이야기나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높은 탑 속에 갇힌 공주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비논리적이어서 더 즐겁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을 잘 아는 어른이 된 후로는 이 판타지적인 동화 이야기가 현실의 도피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노력한만큼의 결과만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현실과 달리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는 마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찌되었든 해피엔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동화는 어른들의 마음도 위로하는 힘이 있다.

▲ 영화 <업> 스틸 이미지

그러나 모든 동화가 어른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아이들의 취향에 맞춰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어른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을 고른 뒤 영화관에 앉아 무료하게 러닝타임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한 편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어른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지금 소개할 영화 'UP'이 바로 그런 영화다. 흔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왜 그런 수식어가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화 'UP'은 월트 디즈니와 픽사 스튜디오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디즈니와 픽사의 첫 번째 3D 애니메이션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 영화 <업> 스틸 이미지

또한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로 감독에 데뷔한 피트 닥터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다. 피트 닥터 감독은 영화 'UP'의 배경으로 쓸 장소를 찾기 위해 실제로 모험을 떠나기도 했다. 남아메리카의 테푸이 산에 직접 다녀오고 나서 피트 닥터 감독은 그가 모험 중 보았던 풍경과 식물들을 영화 속에 삽입했다. 덕분에 영화 곳곳에서 아름다운 대자연과 희귀한 식물들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는 주인공 할아버지 ‘칼’의 모험을 위주로 전개된다. 어릴 적 꿈의 장소였던 ‘파라다이스 폭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영화 전반부의 4분간 이어지는 내용이 그것이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가며 행복할 때도 있지만 슬플 때도 있고 이를 함께 견뎌내다가 마침내 한 사람이 죽음으로써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단 4분만에 대사 한마디 없이 담아냈다. 그 과정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그러한 것처럼 마냥 행복한 장면만을 담은 것이 아니어서 더 공감이 간다.

▲ 영화 <업> 스틸 이미지

주인공 칼과 앨리는 어릴 적 꼭 ‘파라다이스 폭포’로 모험을 떠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둘은 살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모험을 뒤로 미루었고 결국 꿈을 이루기 전에 앨리가 죽고 만다. 칼은 그녀의 꿈을 이뤄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늦게나마 모험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앨리가 남긴 메모를 보고 칼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당신과 함께한 인생 자체가 모험이었으니 고맙다는 그녀의 말은 관객에게도 큰 깨달음을 준다.

어릴 적에는 누구나 꿈을 꾼다. 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가 되겠다거나 나쁜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이 되겠다거나 하는 꿈들을 지녔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고 세상을 배워가면서 이 꿈들이 녹록치 않은 것들 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 터무니없던 꿈을 잊고 여느 사람들처럼 현실에 순응해 바쁘고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게 된다.

▲ 영화 <업> 스틸 이미지

인생은 평탄한 것이 아니기에 때로는 좋기도, 때로는 나쁘기도 하는데 이 모든 우여곡절을 견뎌낸 인생 그 자체가 모험이고 당신들 꿈의 실현이라고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이런 메시지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영상미 역시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풍선을 이용해 비행한다는 설정답게 수많은 풍선이 등장하는데 풍성한 색감이 눈을 즐겁게 한다. 또한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 등 많은 영화의 음악 감독을 맡았던 마이클 지아치노의 음악 덕분에 영화 전체의 따스하면서도 모험적인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났다.

영화 'UP'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얻는 게 더 많은 영화다. 아이들이 봤을 때는 아마 풍선으로 집을 띄워 모험하는 신기한 영화일 테지만 어른들에게 이 영화는 단순 모험 애니메이션 그 이상이다. 이 영화는 우리의 삶을 담고 있고 그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 영화 <업> 스틸 이미지

당신이 비록 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가 아닐지라도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당신의 삶이 그보다 못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당신의 삶 역시 모험이고 그 모험을 함께해줄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영화다. 이런 애니메이션이라면 어른을 위한 맞춤 동화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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