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짱구 박사의 행복한 교육] 1997년 5월, IBM의 인공지능 딥블루가 12년간 체스 세계 챔피언으로 군림하던 러시아의 카스파로프를 패배시킨 세기의 대국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만 해도 체스에 비해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에 대해서는 ‘아무리 연산능력이 뛰어난 수퍼 컴퓨터의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바둑에 관한한 인간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라는 시각이 지배적 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후,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인간 바둑계의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프로기사 커제를 완벽하게 제압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중국 최고의 프로기사 5명과 함께한 대결(상담기)에서도 인간의 수 싸움은 알파고의 딥러닝 학습을 넘을 수 없었습니다. 2017년 5월, 알파고는 ‘바둑에 관한한 인간은 더 이상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는 팩트 폭력을 인류에게 자행하고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공지능 로봇 기자가 프로 야구와 축구의 승부 결과만 입력하면 그에 알맞은 스포츠 기사를 작성하는 일이나, 의료 관련 빅데이터를 이용한 진료와 처방을 하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등장, 심지어는 금융투자에 있어서도 인간보다 수익률이 뛰어난 로봇 투자 어드바이저가 실제 우리 금융업계에 다수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어떤 거대한 물결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증기기관, 전기, 그리고 인터넷의 발명으로 요약되는 1차~3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현재의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면이 많았기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습니다. 이는 결국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로 발전시켜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그 정의가 무엇인 지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은 정의 내릴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논란이 많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의견과 주장을 토대로 공통적인 부분을 요약하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신기술과 결합하여 공유경제,지식,사회 전반으로 파급될 새로운 혁명적인 변화”로 이해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KAIST 이민화 교수는 우리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이 인간을 중심으로 융합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만 이 마저도 우리 마음에 와닿는 명료한 정의로 이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 로봇공학,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이버안보, 3D 프린팅, 공유경제, 블록체인 등으로 대표되는 이 거대한 신산업 물결은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온라인 오프라인의 구분이 필요 없는 세상”으로 점점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오기도 전에 이미 청년들의 취업이 사회 문제화 된 요즈음, 우리 아이들 세대의 일자리는 불가피하게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반복적이며 예측 가능하고 그다지 창의성이 필요 없는 업무는 지금보다 더 빨리 로봇이나 자동화로 대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런 변화를 고려하여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고 어떤 일자리가 새로 늘어 나는 지에 대해서 똑 부러진 결론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다가올 새로운 미래에 대해서 명확한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을 통해서 우리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과거의 고도 성장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관점에서 일자리에 대한 생각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이 없는 경제와 변화가 불가피한 사회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겐 어떤 방향의 키워드를 주는 것이 바람직 할까요?

자율적, 창의적, 융복합적 사고 능력입니다. 구글이나 네이버가 보유한 지식을 외울 수도 없지만 외우는 노력 자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정답교육이 아니라 이러한 광범위한 지식이 주어진 상황에 맞게 어떻게 창조적으로 적용되고 적절히 활용하느냐 하는 융복합적 사고 능력이 필요합니다. 즉,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영역의 확장과 인간만이 가능한 탐구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이런 사고를 갖는 아이로 변화 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간접 경험(독서 등)과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통한 스스로의 자각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자율이 되지 않으면 인공지능보다 못한 것이 인간입니다.

사람과 사람끼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변화의 시대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갈수록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혼자서 하더라도 타인의 의견이 반영되거나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능력은 지금까지의 획일화된 교육 방식으로는 키울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교육 현장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가까이는 가정에서부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배우고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사람에 대한 교육, 특히 심리학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합니다.  

놀 줄 알면서 현재를 즐길 수 있는 능력입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수 많은 학생들은 100년전에 하던 그런 공부 방식 때문에 “현재”를 놀면서 공부를 즐길 수 있는 아이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미래의 어떤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지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괴롭히고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공부가 즐겁지 않고 부담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은 가끔씩 극단적 선택을 하기 때문에 이런 교육은 정말 중요합니다. 확언할 순 없지만 노동 시간이 감소될 수 밖에 없는 미래는 필연적으로 함께 놀면서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 좋은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가십거리가 아니라 우리 일상이 될 날이 멀지 않았기에 우리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방향의 개별 맞춤식 교육으로 변해야 할 시기입니다.

일부 학자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수 많은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기정사실화 하며 대중들에게 두려움과 불안을 심어주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망치는 가장 강력한 지름길은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4차가 아니라 5차 산업혁명이 오더라도 필자가 얘기한 위의 기본적인 원칙을 가진 아이로 키운다면 어떠한 산업 변화가 있더라도 두려움과 불안함 보다는 늘 현재가 즐거운 아이가 될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 김승환 박사

[김승환 박사]
한양대 공대 기계공학사
충남대 대학원 법학석사 / 법학박사 수료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