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근혜 대통령 파면과 잠룡들의 부침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2017년 새해들어 각 당의 대선 잠룡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촛불집회가 거듭되면서 2선후보 지지도 2위에 머물렀던 문재인 전 대표가 선두로 부상했다. 하지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문 전 대표와 1,2위를 다투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국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 귀국했다. 그러나 그는 입국부터 걸음걸이가 꼬이기 시작했다. 정당에 몸을 담지 않고 독자행보에 나섰다. 반전 총장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바른정당이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두 곳밖에 갈 곳이 없었다. 여론조사에서 누가 그를 지지하느냐를 놓고 보면 분명했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국민의당을 선택했거나 곧바로 바른정당과 손을 잡았다면 대선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반 전총장은 실기를 했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 본인을 위해서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출마 준비가 덜 됐거나 권력 의지가 약해 낙마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19대 대선에서 보수 후보로 나서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형국이다. 이는 그를 지지하는 지역과 성향을 놓고 보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 전 총장의 중도포기는 그를 지지한 국민이나 바른정당의 입장에서는 불행이었지만 반전 총장 자신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지였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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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표심은 더불어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로 옮겨 갔다. 특히 안 지사의 상승세는 놀라웠다. 한국갤럽 2월 2주차(조사기간 2월 7일~9일) 조사에서 안희정 지사는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9%로 치고 올라와 문재인 전 대표 29%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돌이켜보면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되지만 문재인 캠프는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당내 경선이었기에 망정이지 본선이었으면 안 지사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졌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안 지사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기에는 아직도 우리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조금 더 옅어지겠지만 안 지사가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안 지사에 앞서 이미 한달 전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2위로 치고 올라와 문재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는 등 문재인 갬프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에게 반 전 총장 지지표가 가지 않는 것은 의아했다. 유 의원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 보수층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인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유 의원은 대선을 완주했지만 배신자라는 굴레는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 막판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으로 지지율이 올랐지만 만회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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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은 미정이었지만 운명의 날은 다가오고 있었다. 3월 13일 이전, 이정미 헌법재판소 직무대행의 퇴임일 이전에 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 숫자가 촛불집회 참가자 숫자를 앞지르는 등 세를 얻어 갔다. 유언비어로 판명됐지만 헌법재판관 2명이 탄핵소추안을 기각하고, 다른 1명은 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양 떠돌았다. 피청구인측 변호인들은 4대 4로 기각될 것으로 전망했고, 절차를 어겼으니 각하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다시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안철수 후보는 자강론을 주장하며 촛불집회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토요일이면 서울 한복판에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동시에 개최돼 태통령 탄핵찬성과 반대 구호가 뒤엉켰다. 여전히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은 반대여론에 비해 약 8대2의 우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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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수사를 거침없이 이어갔다. 하지만 황교안 대행은 2월 27일 특검 연장을 승인하지 않아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정국은 여전히 안개 속이었고, 불확실성은 계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고일전에 하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박 대통령은 각하되거나 기각될 것으로 확신하며,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세계에 있었다. 상식에 벗어나는 모든 말과 행동이 결국은 소통부족, 불통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한 셈이다. 박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나아가 집권 여당조차도 세상이 변했다는 데 무감각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10일로 잡혔다.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3월 10일 오전 TV 생중계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의 선고가 시작됐다.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며 단호한 어조를 이어갔다. 이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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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의 상징이었던 제왕적 대통령 박근혜는 이 한마디로 파면됐다. 역사적 사건의 결말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막을 내렸다. 역사가 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가질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이날 선고는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헌법 정신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세상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는, 국민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책무가 주어졌다. 불행한 역사를 전화위복으로 삼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제가 국민 앞에 놓이게 됐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60일 이내에 치러지게 됐다.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시작됐다. 문재인 전대표가 여전히 앞서 나갔지만 당내 경선을 남겨 놓고 있었고, 황교안 권한대행 출마설과 제 3지대 빅텐트, 후보간 합종연횡 등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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