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집에 돌아와 거실에 앉자마자 아내가 내게 묻는다. 지방만 먹고 살을 뺀다는데 맞는 말이냐고.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방송에서 포화지방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느니, 어쩌니 하여 살 뺄 희망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아내의 통통한 얼굴을 보니 내 입에서 맞는다는 말이 나오길 바라는 표정이 배어 있다. 그 이면엔 현미식 등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강조하던 당신의 주장은 대체 뭐냐는 의혹도 있는 듯하다. 정보에 민감한 처남은 며칠 전 MBC에서 방영한 지방 관련 프로그램을 내게 보라며 보내주기도 했다.

발 빠른 이들이 훑고 간 서점은 관련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다. 그러나 운동생리와 영양을 전공하고, 칼럼을 쓰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일련의 관심들은 새로울 것이 없다. 대다수 사람은 육식을 맘껏 즐기고 살을 뺄 수 있다며 저탄수화물 식이를 강조하던 앳킨스 다이어트, 일명 황제 다이어트를 또렷이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세포는 포도당을 에너지로 하므로 탄수화물 없이 인간은 살아가기 힘들다. 생존의 필수 요소가 비만의 원인이 된다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체중을 덜어내기 힘들어진다.

필자가 일관성 있게 주장하는 것은 음식의 종류보다 그 양과 질이 문제라는 거다. 곡류가 살찌니 육류를, 지방은 열량이 높으니 곡류를 먹자는 식으로 사안을 단순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자연에서 올라온 먹거리조차 이것은 되고, 저것은 되지 않는다는 극단적이고 이분법적 사고는 경계해야 한다. 몸에 좋다는 특정 제품도 마찬가지다. 시류에 따라 신앙처럼 쫓는다면 시장과 제품의 균형성이 무너지고 결국 이것이 우리의 몸을 병들게 한다. 서두에 잠깐 언급했듯, 한때 종교처럼 추앙받던 황제 다이어트는 지금도 비만인들에게 회자하는 다이어트 방법인데, 왕처럼 육식을 즐길 수 있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물론 심혈관계 질환을 포함한 각종 부작용이라는 카운터 펀치를 맞고 나가떨어진 지 오래다. 창시자인 앳킨스 역시 본인을 따르는 추종자들에게 약간의 채소는 먹을 것을 당부했다. 좀 더 많이 먹도록 권하고 싶었겠지만, 자가당착이 될까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특정 음식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지속적 다이어트가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론적으로도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구마나 바나나를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치자. 이내 우리는 그 다이어트 방법 앞에 해당 음식들을 갖다 붙인다. 하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보자. 무엇인가 먹는다는 것은 에너지를 보탠다는 의미인데 어떻게 바나나를 먹고 살이 빠지겠는가.

결론적으로 하루에 섭취한 에너지의 총합이 적은 저열량 식이를 한 것이다. 지방이나 단백질을 먹고 살이 빠진다는 단순한 논리는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사과정에서 간과 신장에 많은 무리를 줄 뿐 아니라 g당 9kcal이나 되는 에너지를 뿜는 지방을 운동을 통해 해소하기는 프로 선수가 아닌 한 요원한 꿈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 모든 것을 시류를 타고 떠도는 유행에 불과하다고 본다. 유행은 고고한 물결처럼 시대의 흐름을 타고 떠돌다가 광풍에 요동치듯 나타난다. 대부분 유행은 지속 시간이 다를 뿐, 명멸하듯 지나간다. 유행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형태는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부가가치(?)가 높은 반면, 불확실성이 크거나 예측 가능성이 적은 유행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특성을 갖는다.

국내 다이어트 시장의 규모는 7조, 또는 10조라는 말이 돌 정도로 거대한 경제적 규모를 갖는 특성상 유행의 원인이 상업적 요인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나 특정 기업, 또는 그 주장을 들고 나온 배후가 건강이나 다이어트 등을 빌미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등, 본래 취지와 어긋나는 상업적 의도가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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