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김재성의 동서고금] 문재인 정부 인사에 ‘여민호’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를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박근혜 정부를 성시경(성대 고시 경기고) 사미자(사랑의 교회, 미래 경영모임) 내각이라 했듯이 중앙일보가 문재인 정부 차관급 이상 공직자 55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시민단체, 호남 인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를 움직이는 파워 그룹이 있다. 중앙일보가 문재인 정부 인사를 지역통합은 성공했으나 탕평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언급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 인사의 의미심장한 변화가 있다. 그것은 파워 엘리트 충원 통로가 과거에 비해 대폭 개방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인재등용 통로가 유난히 폐쇄적이었다. 박정희 이후 국가를 움직이는 고위직은 영남, 영남에서도 TK, 그리고 SKY로 통하는 명문대와 소수 명문고 출신들의 독무대였다. 그런데다 명문고, 명문대가 예전처럼 가난한 집 수재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파워 엘리트 진입로는 더욱 좁았다.

이 같은 폐쇄성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다소 완화되는 듯 했다. 2005년 중앙일보 탐사보도팀이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사이람’과 함께 사회 각 분야의 파워엘리트 3만1800명의 사회적 연결망을 조사 분석한 결과 지역 간, 성별 간 격차가 완화되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을 거치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 그 결과 TK집중 현상은 더 심화되고 학연 지연 등 연줄에 의한 금수저들만의 천국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중앙일보 조사, 10년 후인 2015년, 경향신문이 ‘박근혜 정부 후반기 파워 엘리트 218명 조사분석’에서 나타난 결과다.

폐쇄적 연줄사회를 일종의 신신분제로 비유한 김진호 목사는 “그들만의 장벽을 통과한 엘리트들에게는 갑질이 보편화 된다. 여기다 동류들끼리 연대의식이 또 하나의 자산이 되어 권력 독점으로 이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김 목사는 촛불혁명을 “권력과 자원의 독점사회에 대한 체제탄핵”으로 해석한다.

안경환 낙마 등 이유가 없지 않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인사를 비롯한 국정수행 지지가 여전히 80% 선을 넘나든다. 그것은 문 대통령의 파격이 민심과 의기투합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 숨은 코드가 무엇인가.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전설 속 이야기를 현실로 보여준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피우진 보훈처장, 황덕순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이들은 하나같이 청계천 판자촌 소년가장이거나, 하역 노동자의 아들, 행상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예비역 여군 중령 등 흙수저 출신들이다. 이들의 성공스토리도 신선하지만 공통적으로 숨은 미담의 주인공들이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인사가 만사인 것은 틀림없다. 다만 인사의 성공은 인재의 발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과로 말해야 한다. 때문에 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데 그 첫째 조건이 임기다. 장관이 자기 철학을 행정에 반영하려면 자기가 편성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최소한 임기 2년은 필요하다.

우리나라 역대 장관 임기는 평균 1년 안팎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도 인재등용은 약간 개방적이었지만 이 점에 있어서는 보수정권과 다를 게 없었다. 특히 교육개혁 같은 난제는 대통령 임기와 같이해도 성과가 날지 말지인데 악의적 여론에 휘둘려 이해찬 장관을 1년 2개월 만에 교체해 혼란만 가중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유념해야할 부분이다. 개혁 저항세력은 3.1절 골프 정도로도 총리를 낙마시킬 만큼 집요하다. 지금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가.

[김재성 칼럼니스트]
전)총리실 정무수석
전)서울신문 논설위원
전)서울신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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