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과 3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국제무대 데뷔전이다. 데뷔전을 치르기에는 상황도 상대도 만만하지가 않다. 이번 회담에는 양국이 안고 있는 북핵해법과 사드문제 등 모든 현안들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회담 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다.

우리는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가 최악인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나아가 러시아와도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일본과는 위안부 할머니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내부는 어떤가. 한쪽에서는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균형외교와 실리외교를 강조하는 등 국익과 선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원인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하지만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은 피할 길이 없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정상회담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사드배치만 해도 그렇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는 국내의 반대 여론에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국군장병을 보냈다. 하지만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해 미국이 요구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만은 응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무런 전략적, 공리적, 실용적 사고도 없이 MD 체계의 핵심 전략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수용했다. 이것도 모자라 일사천리로 합의한 뒤, 2기를 성주골프장에 설치까지 마쳤다. 박근혜 정부도 처음부터 사드배치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요구에도 최소한 2015년까지는 기존 정책을 고수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자 2016년 들어 사드배치 검토 카드를 꺼냈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언론에는 중국 대북제재 역할론 강화용으로 비쳐졌다. 2월 들어 정부에서 사드배치를 검토하고, 협상을 진행한다고 할 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은 대 중국 협상용 또는 압박용일 것이라 생각한데서도 알 수 있다.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사드배치를 매개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지렛대로 이 만한 카드도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 단계에서는 사드배치 찬반 논란이 아니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대세였다. 배치를 하더라도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면 협상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논리로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황교안 권한대행시절 사드를 몰래 들여와 일부는 설치까지 마쳤다. 사드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전략적 모호성의 장점마저 반감시켜 버린 꼴이 됐다. 무슨 이유에서 그랬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여기에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귀환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22)의 죽음은 북한 정권이 더 이상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불량국가라는 이미지를 미국민들에게 더욱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최악인 셈이다.

문 대통령 방미에 앞서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발언을 놓고도 우리 내부는 강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문 특보의 발언 가운데 보수언론과 야당이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 진짜 문제가 된다면 우리는 현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이 핵미사일발사시험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 특보는 자신의 생각임을 전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부연 설명까지 했다.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가 아닌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고,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또 하나는 사드와 관련된 것이다. 문 특보는 “사드 해결이 안 되면 한미동맹이 깨진다고 한다. 그게 무슨 동맹이냐. 사드는 무기체계, 방어용 무기체계다. 그걸로 동맹이 깨진다.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대목이다. 이 역시 상식적인 이야기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된다면 사드배치를 수용하지 않았을 때는 한미동맹이 아니었다는 논리다. 맹목적으로 미국을 추종하라는 주문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국민의 기대감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대선레이스 막바지인 5월 4일 아시아판 표지모델로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을 표지모델로 싣고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협상(The Negotiator)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에 앞서 4월 19일자 온라인을 통해 문 대통령이 세계를 핵전쟁으로부터 구할지 주목된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따라서 국민들은 첫 술에 배부르겠느냐고 생각하면서도 상당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판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회담 결과물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다.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한미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했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또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능동적인 의지도 분명히 전해야 한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경제보복 등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기회비용을 설명하는 등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 평화라는 큰 틀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의 해법과 북핵 해법을 찾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북한의 잘못된 행태를 두둔할 필요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판할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으면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긍정론과 회의론이 일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의 기반을 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회담으로 타임의 보도대로 세계를 핵전쟁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국내뿐만 아니라 트럼프대통령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도 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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