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정말 영어 책 읽기만 해도 되나요?”

[미디어파인=원영빈의 리딩이야기] 아이들에게 영어책 읽기를 지도한 지 1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학부모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리딩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이것만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요. 우리 아이는 벌써 초등 5학년이라 이제 본격적인 학습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데 리딩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요.."라고 하며, 리딩은 상대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저학년 아이들이 재미있게 영어를 준비하는 과정 정도로만 여기는 부모들이 아직 많다.

초창기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을 설득시키는 일이 아이들에게 영어책 읽히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영어 리딩이 좋다'라는 단순한 생각만을 가지고 빠른 결과물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아이들은 6개월을 맘 놓고 책을 읽히기가 무척 어려웠다. '아이에게 책을 읽혀보니 모르는 단어가 많던데요. 계속 이렇게 해도 되나요? 문법을 한번 잡고 가야 하지 않나요?' 등 부모의 조급함이 아이들에게까지 전염되어 리딩에 집중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리딩을 그만두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런 아이들을 붙잡을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리딩에 대한 확실한 경험보다는 선배들의 경험만을 믿고 시작한 때였기 때문이다.  

“부모의 조급함이 아이들에게까지 전염된다”

그때보다 지금의 부모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위의 질문의 형식만 바뀌었을 뿐 리딩에 대한 불안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12년 동안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히면서 나보다 먼저 시작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감하게 된 지금은 확실히 자신 있게 '오케이'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초등1,2학년부터 시작하여 졸업까지 3~4년 정도 영어책을 읽는다. 영어책을 읽은 권 수로 친다면 한 두줄 짜리 쉬운 단계의 책부터 해리포터 수준의 책까지 합하면 대략 5000여권의 책을 다독하며 일부의 책들은 책의 내용을 달달 외울 정도로 정독을 한다.

이렇게 책을 꾸준히, 그리고 많은 양의 책을 읽은 경우의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모든 과목에 우수한 학업 역량을 보여주었다. 나는 영어뿐만이 아닌 여러 과목에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책을 오래 읽으니 집중력과 지구력이 생겨 공부를 잘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최근 한 EBS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 책 읽기 생각을 열다.>라는 프로에서 '숙련된 독서가의 뇌와 초보 독서가의 뇌’를 연구한 자료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왜 학업 역량이 우수한지, 명쾌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 EBS다큐<학교란 무엇인가? 책 읽기 생각을 열다>

'독서가 익숙한 활동이 되면 더 빠른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뇌로 변하는데 초보 독서가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반에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스스로 다양한 프로세스를 활용한다.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복잡한 추론도 빨리 해 낼 수 있다.'고 하였다.

위의 연구 결과는 우리 아이들의 초등 3~4년 동안의 집중적이고도 꾸준한 독서 활동이 아이들의 뇌를 활성화 시켜 학업 역량까지 우수해 진 것에 대해 설명으로 충분하였다. 아이들에 따라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양의 글을 읽고 자신이 원하는 주제에 맞는 하나의 의미있는 정보로 통합해내는 능력과 속도가 같은 시간 학습으로만 영어를 접근했던 아이들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것을 많은 아이들의 사례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혁신공감 초·중·고등학교 7곳 학생 561명을 대상으로 한 '2016 독서교육 실태조사' 결과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1.'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하느라'가 29.1%
2.'책 읽는 시간이나 장소가 별로 없음' 27.8%,
3.'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름' 11.1%
4.'독서가 또 다른 공부라 생각됨' 4.4%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보니, 그 이유가 비단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책을 집중하여 읽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준히 이끌어 주는 멘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여유있게 기다려주는 부모들의 마음가짐과 자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어로 말하면 영어, 중국어 등 몇 개 언어로 바로바로 동시통역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이때 영어책읽기, 한글책읽기의 구분은 이제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단어외우고, 문법배우고, 시험 잘 보는 아이로 성장시켜야 하는 시대는 이제 갔다.

암기위주의 지식축적, 서열식 경쟁 등 과거의 교육은 사라지고 로봇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초등아이들은 지금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리딩이 아닐까?

따라서 앞으로의 글에서 왜 리딩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꾸준히 리딩을 할 수 있는지,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 문법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영어 리딩은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나의 소박하지만 진솔한 경험담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리딩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의미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원영빈 키즈엔리딩 대표 - (저서) '공부방의 여왕'

[원영빈 키즈엔리딩 대표] 
숙대학원졸 해외스쿨캠프 제작&기획 
영어리딩 전문가 활동
영어 리딩 전문가 양성 프로젝트
현) 키즈엔리딩 대표

저서 : '공부방의 여왕'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