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빨리빨리가 모든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빨리빨리를 좋아한다. 물론 빠르게 잘 해결하면 좋다. 그런데 대부분의 문제들이 빨리 해결하려다 보면 온전한 과정을 다 치르지 않고 결과를 위해 과정을 생략하다 보니 나중에 다시 문제로 부각되는 일이 더 많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가축들의 전염성 질병을 해마다 겪었고 그때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처분이라는 무지한 방법으로 무마했다. 소든, 닭이든 전염성 질병이다 하면 바로 해당 지역을 통제하고 생명이 붙어있는지 여부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포대에 넣어 땅 속에 묻었다. 전염성 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후 처리는 없다. 단순히 맨땅을 파고 비닐 몇 장 깔고 그 위에 가축들을 몰아 넣어 흙을 덮으면 그만이다. 이후 어떠한 체계적인 처리도 없다. 이렇게 파묻고 병이 사그러 들면 또 똑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가축들을 기른다.

병이 생긴 근본적인 원인의 분석도 없고 차후 다시 발병하지 못하게 하는 체계적 관리도 없고 사육하는 농장주의 생각과 판단에 맡긴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치우고 눈에 안보이니 이제 됐다 싶겠지만 사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왜 발병되었는지 조사와 함께 원인이 되는 문제들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급하게 처리하느라 엉성한 마무리가 되어 버린 살처분 가축들의 사후 관리가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다시 발병할 수 있는 원인들을 제거하며 동시에 살처분 이외의 방법과 대책 없이 허술하게 땅에 묻어버리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반복적으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똑같이 처리하니 이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문제를 덮어버리고 감추는 것이다.

가축들이 묻히는 땅은 생태계의 근원지이다. 여기서 농작물이 자라고 지하수가 흐르고 이는 다시 인간은 물론 모든 동식물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땅에 묻는 것이 해법이 되지도 못하고 이는 또 다른 오염원으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축뿐 아니라 사람도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환경이 되고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관청이나 담당자들은 나무만 만지지 숲을 보지 못하고 있다. 좁은 지역에 과도한 가축들이 사육되고 있고 이들에게 투입되는 사료 및 약품들의 관리도 임의로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동물복지 차원의 사육시스템, 사료 공급, 성장촉진제 사용, 적정규모의 사육 등의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축의 분뇨마저 자연자원으로 정의하여 토양환원을 통한 환경보전을 이루고자 가축분뇨 살포시기의 제한, 일정용량 가축분뇨 저장시설 설치 의무 등의 체계적인 처리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에 대한 관리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법적 규정으로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제한은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동물복지 차원이나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가축들이 쉽게 질병에 걸리고 폐사하는 환경은 궁극적으로 인간에게도 좋은 영향을 가져오지 못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담당하는 부서 및 인원의 변동이 없다. 급하게 군인의 협조를 얻을망정 기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니 발병 기간도 짧고 횟수도 늘어나고 피해는 더 커지기만 한다.

수습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가축의 도입부터 처분까지 전과정이 관리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들에게 투입되는 사료 및 약품의 관리도 필요하다. 또한 이들로부터 발생되는 부수물 관리도 필요하다. 이는 개인 농가의 문제가 아닌 전체 국민건강, 환경의 문제로 보고 지속가능한 자원의 관리차원에서 종합적 관리 및 단계적 진화가 이루어져야 반복되는 가축전염병을 근절할 수 있다.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시사칼럼니스트
시인(2011년 등단)
현)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저서 : 새벽한시간, 지하철안에서 생각을 만나다
      남자시, 그렇게 보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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