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지난 호에 언급했던 지방과 진정(?)한 비만이라 할 수 있는 체지방 축적의 과잉 상태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보자. 단위 부피별 무게는 지방보다 근육이 훨씬 무겁다. 크기가 같은 비곗덩이와 살코기를 견줄 때 참살이 훨씬 무겁다는 얘기다. 예전에 양심 불량인 정육점에서 어리숙해 보이는 손님에게 비계가 포함된 고깃덩이를 신문에 둘둘 말아주면 양이 커 보이니 좋아라 들고 갔다.

필자의 뇌리에 또렷한 또 하나의 기억은 30년 전 군 생활 당시의 식사 메뉴였던 돈지육찌개다. 이름부터 삭막한 이 국의 특징은 무언가 둥둥 떠다닌다는 건데 그 부유물은 다름 아닌 돼지의 비곗덩어리다. 고된 훈련에 배고픈 젊은이들은 식판을 들고 줄을 선다. 이윽고 선임의 순서가 되면 배식 당번은 커다란 국자로 바닥부터 휘저어 건더기를 퍼낸다. 마치 쌍끌이 어선이 바다 밑바닥을 훑어 물고기를 쓸어 담듯, 국자에는 하나 가득 살코기가 담겨 올라온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후임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우리의 살코기를 선임자가 독식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한 우리에게도 돌아오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국 위를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들이다. 민이나 관에서 하사받은 돼지를 급하게 잡았는지, 돼지의 품종을 파악할 수 있도록 색깔이 선명한 털이 그대로 붙어있는 지방 덩어리다. 비위가 좋은 필자는 털 붙은 돼지비계도 잘 먹는다. 독자들도 기회가 되면 드셔 보실 것을 권한다. 목을 넘어가는 털의 깔깔한 느낌이 나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푸줏간 주인과 배식 당번의 전략을 통해 우리는 지방이란 놈의 특징을 직,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체지방측정법 중 수중체중 측정법은 수분의 함량이 적은 지방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체지방량은 다르지만, 체중은 70kg으로 같은 두 사람이 있다 치자. 이들이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은 체중계에 올라가면 물 밖처럼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체지방의 양이 많은 사람의 몸무게가 훨씬 가볍게 나온다. 부력이 큰 비만인은 수중에서 상승하려는 지방의 반발이 체중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저울의 눈금만으로 비만의 판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고도 비만자에게 수중 스포츠를 적극 권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체지방이 갖는 자연 부력을 이용, 관절의 부담을 경감시켜 근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속의 유영을 도울 뿐 아니라 지방은 보온과 완충,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분비조직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엔 다이어트에 일조한다 하여 핫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지방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이 잘 알다시피 지방은 잉여 에너지의 저장고이자 g당 9kcal의 고열량 에너지원이다.

여기서 음식의 열량 단위로 알려진 칼로리란 무엇인지 그 정의를 잠깐 살펴보자. 칼로리 측정은 100여 년 전 윌버 올린 애트워트란 농화학자가 열량(영양)을 좀 더 잘 공급해 주기 위해서 고안한 방법이다. 먼저 음식 표본을 태운 후 거기서 나오는 열을 열량측정기를 이용하여 측정한다. 이후 사람의 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체외로 배출되는 대, 소변이나 땀 등 배설물에 포함된 에너지를 제외한 후 계산하여 얻은 값이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g당 4kcal, 지방은 9Kcal다. 이 방식은 섭취한 모든 음식이 일정하게 소화, 흡수된다는 가정에 기초했으므로 다양한 변인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오류를 버젓이 갖는다.

체내에서 많은 생리적 대사 과정을 거치며 다양하게 변화될 열량을 화로 안에서 태워 거기서 뿜어져 나온 열량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큰 무리가 있다. 실험실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린 자동차의 연비와 실제 도로를 달린 자동차의 주행 연비가 현실적으로 같지 않음을 우리가 잘 알듯 말이다. 음식의 열량과 운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에 대해 다음 호에 좀더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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