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국내에서 먹으면 나름 맛이 있는 빠에야/ 파에야가 스페인에서 먹으면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스페인 사람들은 우리보다 음식을 짜게 먹기 때문에 현지에서 빠에야를 먹으면 상당히 짜서 먹기가 불편하다. 한국 관광객 등 우리 입맛에 맞게 조절했다고 해도 역시 조금 짜다. 물론 짜도 맛있게 먹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스페인을 대표하는 요리인 빠에야(Paella)는 정확하게는 발렌시아 지방의 대표 음식으로서 스페인의 대부분 음식점에서 빠에야를 제공한다. 바다를 제패한 최강국 스페인이 전 세계에 식민지를 두었을 때 이 빠에야가 전파되어 현지화된 곳이 많다.

역사를 보면, 빠에야는 스페인을 지배한 무어인들의 영향으로 탄생하였다. 무어인들은 지중해 연안에서 과거 로마의 관개 시스템을 개선해 많은 쌀을 생산했다. 식재료로서 쌀과 무관하던 스페인의 발렌시아 주민들은 무어인들의 영향으로 15세기에 쌀을 주식으로 먹었으리라 추측한다. 발렌시아에서 빠에야란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40년 스페인 신문에 이 요리의 레시피가 실리면서부터이다. 19세기 후반에 나온 빠에야는 재료로 쌀, 채소, 닭과 오리 등의 가금류 등을 사용했다. 현재 발렌시아의 많은 식당들은 이 전통을 지키고있다. 이후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고기와 콩, 해산물 등을 넣은 빠에야가 완성되고 20세기 이후로 빠에야는 스페인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발렌시아 외의 스페인 및 해외에서는 발렌시아식에 해산물을 조합한 빠에야가 대중적이다.

전통적으로 발렌시아에서는 마을의 행사나 축제에 빠에야가 반드시 나오는 필수품이기에 서로 더 큰 빠에야를 만들려 경쟁한다. 기네스북의 가장 큰 빠에야는 1992년 3월 8일 등재된 요리사 후안 카를로스 갈비스와 그의 동료들이 만든 직경 20m짜리 빠에야로 10만여 명이 먹었다 한다.

조리법은 대부분 쌀에 야채와 고기류, 해산물을 혼합하여 요리한다. 조리는 크고 얕은 팬에 양념인 샤프란, 토마토, 마늘, 고추 등으로 만들어서 독특한 향이 있다. 밥의 색이 노란색이거나 유사한 색인 이유는 해산물 등 다른 이유가 있을수도 있지만 샤프란을 넣고 요리하기 때문이다.  고가의 샤프란 대신 강황, 안나토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기와 해산물을 볶고 야채를 올리브 기름과 한번 더 볶는다. 이후 적당한 물에 쌀을 넣고 30분 정도 끓이는데 소금으로 간을 한다. 전통 방식에서는 기름을 붓고 끓이지 않는데 발렌시아 남서부에서는 밥이 되면 빠에야를 불에서 옮겨 식히고 밑부분만 살짝 데우는 방식이 가장 선호된다. 해산물이 풍부한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Paella de marisco라는 해물 빠에야가 있다. 고기 대신 새우, 가재, 홍합, 오징어 등이 사용되며 피망, 양파, 마늘 등 야채를 사용해 맛이 맵고 톡쏜다. 전통적 발렌시아 빠에야와 해물 빠에야의 조리법이 혼합된 Paella mixta도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대표 음식 ‘빠에야(Paella)’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Paella’는 발렌시아의 말로 라틴어 ‘patella(팬)’가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서 ‘paelle(팬)’가 됐고 다시 이 단어가 발렌시아로 유입되어서 최종 ‘Paella’로 정착했다. ‘Paella’는 많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사용되는 ‘paila’와 연관되어 있다. ‘paila’는 라틴 아메리카 스페인어권에서 요리하고 담는 금속과 흙으로 만든 접시류 등 취사도구를 지칭한다. 라틴어 ‘patella(팬)’는 현대 프랑스어 ‘poêle’와 이탈리아어 ‘padella’ 그리고 고 스페인어 ‘padilla‘의 동족어이다. 라틴어 ‘patella’의 원래 의미는 ‘신에게 봉헌하는 제물을 담는 쟁반’이라 한다. 발렌시아 사람들은 빠에야를 만드는 둥글고 얕은 프라이팬을 포함하여 모든 팬(그릇)류를 발렌시아어로 ‘Paella’라 한다. 그렇지만 스페인어가 사용되는 히스페닉 아메리카와 대부분의 스페인(발렌시아어와 반대로)에서는 로얄 스페니시 아카데미에서 정의한대로 둘다 팬을 지칭하더라도 ‘Paella’는 쌀로 만든 요리를 위한 것인 반면에 ‘paellera(paella pan)’는 훨씬 일반적으로 특별히 만들어진 팬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paellera’들은 전통적으로 둥글고, 얕으며, 두개의 손잡이가 있는 광택이 나는 철로 만든 것이다. 어원의 다른 설은, ‘Paella’가 아랍어 ‘baqiyah(남은 음식)’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어왕의 하인이 왕궁연회의 남은 음식을 거대한 항아리 속에 넣어 집으로 가져와서 혼합하여 쌀요리를 만들었는다는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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