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 건강한 삶을 위해] 인간은 유전자의 통제에 의해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체와 정신에 내재되어 행동과 사고를 지배한 많은 것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유구한 세월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은연 중 우리의 행동이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이유다. 이번 호는 쇼핑센터에서 확연히 다른 남, 녀 간의 행동 차이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해 보도록 하자.

식량을 조달하여 집으로 가져가는 것은 유사 이래 호모사피엔스의 숙명인데, 그중 남자의 역할은 수렵으로 동물의 살이나 뼈를 얻는 것이요, 여성은 채집 등으로 자질구레한 부식 따위를 조달하는 것이다. 수렵이나 천렵 유전자가 미미하게 남아있지만, 현대의 남성은 별로 그 기능을 사용할 일이 없다. 그러나 이들의 유전자를 발현시켜 관심을 잡아끄는 곳이 있는데 그것은 마트 등의 싱싱한 수산물 코너다.

물고기를 잡아 혈거 생활을 하는 동굴 속으로 들고 뛰어야 할 남성들은 본능적으로 회 판매대 앞에서 혼란에 빠진다. 작살 등의 사냥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에서 깨어나듯 이내 정신을 차린 남성들은 현대판 작살인 지갑 속의 신용카드를 주섬주섬 꺼내 든다. 회를 뜬 남성들은 장보기에는 관심이 없고 그때부터 집으로만 가고 싶어 한다.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 굶주린 동굴 속 식구들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들판에 나가 작은 새의 알이며, 나무 열매, 풀뿌리 따위를 채집하던 여성들의 유전자도 현생 인류의 삶엔 크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잠재된 유전자를 속일 수는 없어 우연히 들판을 만난 여성들은 그 곳에서 무엇이든 채집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관광버스에서 화장실이 급해 단체로 시골 들녘에 내린 여성들이 잠깐새 들쑥이며, 냉이 등을 뜯어 손에 쥔 채 차에 오르는 일이 이를 입증한다.

외출하는 여성들의 소지품을 유심히 보라. 대부분 커다란 망태기(?)들을 하나씩 메고 다닌다. 남성과 비교하면 여성의 가방이 훨씬 크며, 항상 그것을 소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활이나 창으로 사냥한 동물을 어깨에 메고 이동하던 남성들에 비해 여성의 전리품은 주로 담아서 이동해야 하는 작은 것이므로 망태기는 필수였을 터. 잠재된 채집 유전자를 억누르기 어려운 탓이다. 이렇듯 잠재된 여성의 채집 유전자가 현대에 이르러 발현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할인 매장 등의 대형 쇼핑센터다.

들이나 산, 또는 바다에서 채집하던 모든 것들이 그곳에 있지 않은가. 본능이 되살아난 여성들은 지루한 기색 없이 몇 시간씩 쇼핑을 즐기며 잠재된 유전자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심지어 현대의 할머니들은 마트에서 나누어 준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전철에 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어떤 것을 선호하여 채집(?)하고자 할까. 같은 맥락으로 유추해보건대 인간은 생존 전략 차원에서 본능적으로 고열량의 음식을 선호할 것이다. 열량이 높은 가공식을 주로 구매하는 여성들을 이와 같은 논리의 비약으로 합리화할 수 있을까.

그 적합성 여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 이제 여성들이 마트의 계산대 위에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어떤 먹거리를 올려놓는지 살펴보자. 필자에게 가르침을 주던 특정 분야의 스승은 극단적으로 이렇게 설파하였다. 여성들이 계산대에 올린 음식의 절반은 집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열량은 높고 영양은 형편없는 과자나 음료 및 수없이 널린 가공식품들을 직접 겨냥함과 동시에 이것저것 시식을 한 후 간식거리나 잔뜩 사 가는 여성들의 행태를 비난한 것이다.

그 후로 필자 역시 여성들의 장바구니를 힐끗힐끗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필자의 아내도 공산품이 그득한 대형 할인 매장에서 장 보는 것을 즐긴다. 채집 유전자가 발현된 아내가 열심히 채집해 온 물건들을 차에서 받아 냉장고에 정리하는 것은 필자의 몫이다. 스승의 말이 절대적으로 맞았음을 실감하며 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