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말레피센트>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정다운의 영화 들여다보기] 때로는 알려진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들이 있다. 입소문이나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들은 때로는 진실이 아닌 경우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보통 이를 그대로 믿어버린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는 늘 피해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어느 순간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져 버리고 이른바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소개할 영화 <말레피센트>는 우리가 사악한 마녀라고 알고 있는 ‘말레피센트’ 역시 이러한 마녀사냥의 피해자일 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영화다.

지금껏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공주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에 갑자기 나타나 무시무시한 저주를 퍼붓는 마녀로 그려진 ‘말레피센트’는 늘 비난받는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동화 속에서는 말레피센트가 갑자기 튀어나와 그런 중요한 자리에 자신을 초대하지 않았다며 갓 태어난 아이에게 저주를 내리는 역할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즉, 동화에서 말레피센트의 저주는 분명한 이유가 없는 분노에 불과한 것이다. 때문에 동화를 읽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기에 그쳤다.

그러나 영화 <말레피센트>는 다르다. 말레피센트가 왜 축복의 자리에서 저주를 내리는 악랄한 인물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분명한 인과를 제시하고 있다. 항상 악역으로 그려지던 그녀가 사실은 그런 일을 벌일 만한 사연이 있었고 따뜻한 모성애를 지닌 인물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면모를 그리고 있다. 때문에 관객들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어느새 그녀의 편에 서서 그녀를 이해하고 옹호하게 된다.

▲ 영화 <말레피센트> 스틸 이미지

영화 <말레피센트>는 월트 디즈니 픽처스에서 제작한 영화다. 1959년 월트 디즈니의 영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속 말레피센트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래 애니메이션 영화였던 원작을 실사화하여 만든 영화이다. 또한 <말레피센트>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아바타>의 미술감독을 맡았던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을 맡아 제작한 영화이기도 하다. 섹시한 여전사 이미지로 영화 <원티드> 등에서 열연해 잘 알려진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 말레피센트 역을 맡아 열연했다. 말레피센트 특유의 큰 뿔과 툭 튀어나온 광대, 큰 날개를 붙이고 열연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 속 마녀라기엔 너무 아름다웠다. 마녀는 모두 못생기고 구부정한 허리로 음흉하게 웃는다는 동화 속 편견을 깨는 부분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말레피센트를 지독한 악녀로 여겨왔다. 그녀는 고작 초대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어마어마한 짓을 하는 치졸하고 사악한 여자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그녀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음을 보여주며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딸을 잃은 슬픔을 겪어야 했던 불쌍한 왕으로 그려지던 스테판이 사실 피해자가 아닌 사건의 발단이었음을 밝히며 동화를 비틀고 있다. 관객은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오히려 그동안 가해자로 알려졌던 말레피센트를 동정하게 된다.

▲ 영화 <말레피센트> 스틸 이미지

영화의 엔딩 역시 새롭다. <겨울왕국>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왕자의 입맞춤으로 깨어나던 수동적인 공주의 시대는 끝났다. 진정한 사랑은 남녀 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최근의 디즈니 영화 속 공주들은 왕자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이때의 말은 꼭 진실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실이 아닌 말들이 널리 퍼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그때부터 이 뜬소문은 진실이 된다.

실제로 그동안 수많은 연예인들이 근거 없는 소문들로 인해 마녀사냥을 당하고 악플에 시달리다가 심한 경우 목숨을 끊기도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에 의해 보도되거나 다수가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누구나 개인의 입장이 있고 사연이 있는 것이다. 아무도 이에 대해 누가 더 나쁘네 평가할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거짓들에 현혹되어 누군가를 상처주고 있지는 않은가. 말레피센트의 경우처럼 당신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알려진 것만 믿고 그대로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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