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백민경의 스포츠를 부탁해] 후반 33분 로페즈(전북 현대)가 가볍게 툭 올려준 공을 한 선수가 헤딩으로 골을 완성시켰다. 그 순간 팬들은 열광했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던 전북의 최강희 감독마저 양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 골은 K리그 통산 200골을 단 한 골 남겨둔 이동국(전북 현대)의 200호 골이었다. 그는 유니폼을 벗어 자신의 등번호를 보인 체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 사진=전북 현대 모터스 홈페이지 캡처화면

29일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017 36라운드, 전북 현대 모터스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1위 전북(승점 69)과 2위 제주(승점 65) 간 승점은 단 4점 차. 전북이 제주를 이길 경우 리그 우승을 조기 확정 지을 수 있는 경기였다. 그와 동시에 이동국이 K리그 통산 200골을 눈앞에 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우승이 걸린 경기이기 때문에 이동국이 아닌 김신욱을 선발로 세웠다. 선발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이동국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은 0 대 0으로 종료되었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전북의 이재성이 골을 만들어내면서 우승에 한 발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 20분 최강희 감독은 교체 사인을 냈고 이동국은 그라운드를 향해 달려갔다. 그의 투입과 동시에 이승기가 추가골을 넣으며 2 대 0을 만들었다. 우승이 더욱 가까워지자 이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과 선수들은 모두 이동국의 200호 골을 기대하게 됐다.

물론 200호 골은 이날이 아니라도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기록이었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 역시 올해 안으로 200골을 달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를 더 뛰게 만들어 기록을 세워주겠다며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날 2대 0으로 앞선 순간만큼은 모두 우승의 순간과 200호 골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흥하듯, 후반 33분 로페즈의 크로스를 받은 이동국은 헤딩으로 골대를 강타시켰다. 바로 K리그 통산 200호 골의 순간이었다. 프로 통산 467경기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며 2위 데얀(127골) 과는 28골이나 차이가 난다. 그리고 마치 전북의 통산 5번째 우승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 같은 완벽한 쐐기 골이었다. 이로써 전북은 제주를 3 대 0으로 꺾고 남은 2경기의 승패에 관계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 사진=YTN 방송 캡처화면

하지만 전북의 우승은 탄탄대로로 이뤄진 건 아니었다. 전북은 지난해 심판 매수 파문으로 큰 논란이 있었다. 그로 인해 프로 축구 연맹으로부터 승점 9점 삭감의 징계를 받았고 마지막 경기에서 FC서울에 패하며 우승을 내주고 말았었다. 또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 관리 기구는 전북에게 2017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를 내렸다. 때문에 아직도 전북을 향한 시선이 곱지 못한 건 사실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정지된 이후 팀을 떠나는 선수가 나타나기도 하고, 부상 악재를 겪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서 전북이 이대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전북은 여전히 더블 스쿼드가 가능하다. 그만큼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장기 레이스에서 철저히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동국 선수를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의 희생과 배려도 팀워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 사진=전북 현대 모터스 홈페이지 캡처화면

“내년에 그라운드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경기 이후 깜짝 발언을 남겼다. 이동국은 K리그 통산 200골, 70-70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은퇴할 만큼 그는 이룰 것을 다 이룬 상황이다. 하지만 팬들도 감독도 그의 은퇴를 바라지는 않는다. 최강희 감독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그가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고 할지라도 전북에게는 여전히 그가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아마 모두가 내년 전북 월드컵 경기장에서 이동국 선수를 볼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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