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안개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시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고 운전자들에게는 짜증을 유발할 것이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감사한 존재와 귀찮은 존재로 나뉜다.
안개는 대기 중의 작은 물방울들이 지표면과 접촉하며 가시거리가 1000m도 안되게 만드는 현상이다. 구름과 비슷한 현상이나 구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안개는 습도가 높고 기온이 이슬점 이하이며 흡습성의 작은 입자 응결핵이 있으면 잘 형성된다. 하층운이 지표면까지 하강하여 생기기도 한다. 안개는 관측자에 따라 고산 위의 것을 지상에서 관측하면 구름, 산 위에서 관측하면 안개라 한다. 세계에서 안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캐나다 뉴펀들랜드섬이다.
안개는 밀도에 따라 분류된다. 시정이 1,000m 이상이면 박무 혹은 연무라 하며 뿌옇게 보이는 것은 물방울이나 고체입자 때문이다. 대기의 상대습도가 1％라도 넘어 과포화되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고오염 대기에서 응결핵은 상대습도가 95％ 이하에서도 안개를 만들 정도로 성장한다. 물방울의 성장은 용해성 가스나 아황산가스를 흡수함으로써 증가된다.
대기의 상대습도를 증가시키는 3가지 과정은 단열팽창에 의한 공기의 냉각, 온도가 다른 두 습윤 기류의 혼합, 복사에 의한 공기의 냉각이다.
안개의 총류는 여러가지이다. 역전안개는 하층 기온역전의 기저 아래에 위치한 구름층이 아래로 확장되면서 생긴다. 전선안개는 전선면 위의 비교적 따뜻한 공기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지표면 근처의 찬공기 속으로 증발되어 찬공기를 포화시킴으로써 전선 근처에서 형성된다.
복사안개는 가을과 겨울의 길어진 밤에 대지가 복사로 공기 중으로 열을 빼앗겨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발생하는 것으로 무풍의 맑은 날 밤에 육지에서 형성된다. 이류안개는 기온이 내려가면 고온다습한 공기가 지면 위 차가운 공기와 만나 갑자기 식으면서 발생하는데 4 계절, 낮과 밤 그리고 특별 조건없이 상시 나타난다. 또한 겨울철 얼거나 눈 덮인 지면에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어도 쉽게 생성된다. 한랭 또는 온난한 해류가 접근할 때마다 안개는 인근 연안에 영향을 미친다. 영국제도 연안에서는 늦은 봄과 초여름에 주로 발생하고, 샌프란시스코 해안 등에서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데, 따뜻한 해류에서 불어온 바람이 차가운 해류 위에서 불 때도 발생한다. 이류안개 때문에 공항의 비행기는 가시거리가 600m 이하면 이착륙이 불허된다. 활승안개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바람이 산맥 쪽으로 불어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면 팽창하면서 식어 생성된다. 증기안개는 따뜻한 호수, 연못, 목욕탕 등의 상부에 차가운 공기의 차가 9℃면 발생한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증기안개는 해무라 한다. 박무는 작은 물방울이 가시거리에 약간의 영향을 주는 안개이다.
비행기도 멈추게하는 ‘안개(fog)’는 어디서 온 말일까?
‘fog’의 출처는 불확실하다. 덴마크어 ‘fog(spray, shower, drift, storm)’에서 기원한 북 게르만어가 어원이고 최종 정착을 했다고 유추한다. 이 말은 아이슬란드어 ‘fok(분사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벼운 것, 눈더미)’와 연계된다. 이 단어는 인도-유럽 공통기어 ‘pug-(부풀다, 떠다니다)’가 게르만 조어 ‘feukaną(거품나다, 부풀다)’가 되었고 다시 아이스랜드어 ‘fjúka(to blow, drive)’로 유입이 되면서 최종 ‘fok’가 되었다.
대기 속의 오염 물질이 안개와 뒤섞인 것을 말하는 ‘smog’는 ‘smoke(연기)’와 ‘fog(안개)’가 합성된 단어로 1905년 Henry Antoine Des Voeux 박사가 만든 말이다. ‘smoke’를 자세히 보면 인도-유럽 공통기어 ‘(s)meug(h)-(to smoke)’가 게르만 조어 ‘smaukaną’가 되었고 이 단어의 모음전환으로 게르만 조어 ‘smukōną’가 파생됐다. 다시 ‘smocian’으로 변환됐고 이 단어의 동사가 고대 영어 ‘smoca(smoke)’로 유입되어서 중세 영어 ‘smoke’를 거쳐서 최종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