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초등학교 6학년 쯤 우리나라 홍수환선수가 남아공으로 가서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를 이기고 챔피언 밸트를 차지한 권투 경기가 아직도 아련하게 기억이 난다. 가장 남성적인 경기를 뽑으라하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권투가 아닐까? 옆에서 관전하는 사람들이야 좋다고 환호성을 치지만 링 위에서 피 터지게 싸우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이기면 다행이지만 지면 두둘겨 맞은 것도 억울한데 비난까지 받아야 한다.

복싱 경기는 아마츄어와 프로 경기로 나뉘어져 있다. 아마츄어 경기자는 양손에 글러브(8~10온스)를 끼고, 소매가 없는 상의 러닝셔츠를 입고, 하의 팬츠에 규격화된 복싱화를 신으며, 입에는 마우스피스와 머리 보호용 헤드기어를 착용한다. 하지만 프로는 오직 글러브와 팬츠, 복싱화 그리고 마우스피스만을 물고 경기를 한다.

이들 선수가 경기하는 복싱 경기장을 링이라고 한다. 링은 사방 6.10m의 정사각형이며, 네 귀퉁이에 기둥을 세우고 로프를 3~4 줄 친다. 바닥은 미끄럽지 않고 부드러운 펠트 매트를 지면 1m 높이 링에 깐다. 링의 대각선 두 모서리는 각 선수들의 진영인 청, 홍 코너라 불리며 나머지 두 모서리는 중립 코너다. 링의 주위에는 경기에 필요한 부속품, 임원용 책상, 종인 공과 초시계와 채점표 등이 준비된다. 경기는 아마추어는 3분 3회전, 프로는 3분 4~12회로 진행되며 타이틀전은 12~15회이다. 주심은 링 안에 경기를 진행하지만 채점은 링 주위 3~5명의 부심들이 한다. 선수가 쓰러져 못일어 나거나 10까지 센 후에도 경기를 못한다 판단되면 경기는 끝난다. 주심이나 링 닥터가 더 이상 한 선수가 부상 등으로 경기를 지속할 수 없다 판단되면 경기를 중지시키는데 이를 TKO(Technical Knocked Out)라 한다.

가장 남성다운 스포츠 권투의 경기장인 ‘링(Boxing ring)’은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ring’은 인도-유럽 공통기어 ‘(s)kreng(to turn, bend)’이 게르만 조어 ‘hringaz(circle)’로 변형되었다. 이 말이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서 ‘hring/ hrincg(ring, 쇠사슬 고리, 족쇄, 원, 경계, 순환 등)’으로 되었고 중세 영어 ‘ring/ ryng/ rink/ rynk’로 되면서 ‘ring’으로 최종 정착을 했다. 고대 로마의 경기장은 원형으로 지어져서 원형 경기장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링은 사각임에도 원인 circle을 사용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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