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류충렬의 파르마콘] 문재인정부는 지난 9월, 4차 산업혁명의 선제적 대응과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제시하고, 그 첫 번째 규제개혁으로 신산업을 위한 네거티브(negative)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현재 범정부적으로 네거티브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 중에 있다고 한다.

네거티브는 포지티브(positive)에 반대되는 규제방식으로 그간 자주 사용되어온 규제개혁 기법(tools)의 하나로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포지티브 규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허용되는 행위만을 규정하는 방식이고, 네거티브는 원칙적으로 자유이고 허용되지 않는 행위만을 규정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포지티브 규제는 허용된 것만 가능하게 되므로 새로운 시도, 즉 기술의 신규산업화, 융·복합 등 새로운 업종의 탄생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규제개혁이 된다.

대부분의 국가가 그러하지만, 규제자(정부)의 입장에서는 규제 범위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거나 혹 규제해야 할 사항을 빠뜨릴 것을 우려하여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법령(규제)이 포지티브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의 규제는 근대 법제가 도입된 역사적 배경에서 일제강점기의 엄격한 포지티브 규제, 즉 모든 것을 금지하고 관청에서 시혜적으로 조금씩 허용해 주는 법제골격을 수정하여 왔지만 여전히 그 골격이 유지되어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이런 점에서 새정부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신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가 위해 네거티브 규제개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한 네거티브방식에 있어서도, 종래의 ‘요건나열식 네거티브 리스트방식(원칙허용, 예외금지)에서 나아가 ‘포괄적 네거티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새정부가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포괄적 네거티브’는 종래 네거티브 리스트(협의의 네거티브)에 더하여 유연한 분류체계, 포괄적 개념정의, 시범사업·임시허가 및 규제의 탄력적용 등 규제샌드박스(sandbox), 사후규제방식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는 포괄적인 확대나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규제개혁을 위한 하나의 기법(수단)에 불과하다. 이번 신기술 산업화를 위한 규제개혁에서 추진방식에서 네거티브에 한정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다. 규제개혁에서 사용할 기법(수단)을 한정적으로 제시하고, 제시된 기법에 부합하는 개선과제를 찾는다면 자칫 수단과 목표의 도치(倒置) 현상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일부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과제이나 네거티브방식으로 전환하기 어려워 이번 개선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규제개혁의 방식에는 네거티브 못지않게 유용한 기법도 많다. 성과기준 설정(performance standard setting)방식, 비규제적 대안으로 전환 등도 신기술 산업화 촉진에 유용한 기법이 될 수 있다. 특정한 네거티브방식을 한정적으로 제시하고 수단에 적합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다소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신기술의 산업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의욕적으로 규제개혁을 시작하였다는 점은 긍정적이고 기대를 갖게 한다. 암튼 새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네거티브 규제개혁에 성과가 있어 신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하고 규제의 품질이 한 단계 높아졌으면 한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현)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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