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조상현 원장의 닥터수첩] 1,000만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서울인구가 많이들 떠오르지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천문학적이라고 할 정도로 큰 숫자입니다. 이 숫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사람과 공생해 오는 반려견의 숫자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시골에 가서나 강아지나 개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혹여 도시에서 개를 키우는 집은 문 앞에 ‘개조심’이라고 써 붙여 오는 이와 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움찔하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이 발전하고 상대적으로 사람이 소외되면서 나만을 바라봐줄 그 무언가를 찾던 자리가 배신하지 않는 개들이 반려견이라는 이름으로 차지하지 않았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반려견, 애완견은 인간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도 그 개체수가 많아지다 보니 인간과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 병원에는 개나 강아지한테 물려오는 응급환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물린 정도가 아니라 먹혔다(?)라고 표현될 정도로 부상 부위가 심각한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서울에 사는 대학원생 이모양(25세)은 애완견에게 왼쪽 윗입술을 물려 입술 조직이 떨어져 나가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또 강원도 원주에 사는 신모(78세) 할아버님은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에 물려 왼쪽 새끼 손가락 끝 부분이 잘리고 네번째 손가락 끝이 심하게 훼손된 채 왔습니다. 성남에 사는 직장여성 이모씨(32세) 역시 키우던 애완견에 물려 오른쪽 손등과 손바닥이 각각 5센티나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멀리 울산에 사시는 윤모씨의 3살배기 여아는 엄지 손가락을 심하게 물려 손톱이 빠지는 사고가 있어 인터넷 상담으로 문의해 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앞서 세 환자분 모두 응급처치와 흉터없이 봉합수술을 잘 마쳤지만 외상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저희 병원으로서는 최근 몇 년간 ‘개에 의한 외상(Dog bite)’을 면밀히 집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통계를 찾아보니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2014년 676건에서 2015년 1488건, 2016년 1019건에 이어 올해 2017년은 8월까지 1046건에 달했다고 합니다. 올해 마저 집계가 끝나면 그 수가 더 늘어나겠지요. 한마디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중에는 아이들과 여성이 많고 서울과 수도권, 도시에서 발생한 사고가 많았다고 합니다.

개는 특유의 서열의식 때문에 자기보다 약자에게 ‘낮은 존재’로 인식되어서 물거나 공격해오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유아나 노인, 여성분들 환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개에게 물려 피가 날 때에는 바로 지혈하지 마시고 피를 조금 흘려 보낸 다음에 지혈해 주세요. 흐르는 물이나 식염수로 1분 가량 잘 씻어낸 다음 물기를 없애고 소독된 거즈로 잘 감은 후 반드시 인근 병원을 가보셔야 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개이고 광견병, 파상풍 등 예방접종을 맞았다 할지라도 개의 입 속에는 60여종이 넘는 많은 세균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처의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의사에게 보여야 합니다. 자칫 2차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에 물려 내원한 환자들을 보면 주로 물리는 부위가 손과 손가락, 다리, 팔, 얼굴 순서인데 상처가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심하게 물려 살이나 뼈가 떨어져 나가거나 찢어진 경우에는 응급조치 후 외상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외과병원을 찾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외상병원에서는 단순히 다친 부위를 봉합하고 치료하는 게 아니라 신체의 기능적인 부분, 외형, 사후 흉터까지 고려하여 치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얼굴에 상처가 생겼을 때는 치료 목적 뿐만 아니라 흉터를 없애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성형외과 전문의와 협진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최근 개에 물리는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 등으로 반려견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제는 개를 키우는 사람도 그 주변에 다가가는 사람도 서로를 배려해야 반려견도 사람도 안전하고 건강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상현 서울연세병원 원장

[조상현 원장]
서울연세병원 원장(성형외과/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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