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태풍(颱風, Typhoon)은 북태평양 서쪽 5~25°(N), 동경 120~160°(E)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17.2m/s 이상의 강한 폭풍우를 동반한 기상 현상이다. 7~10월에 발생하며 고위도로 북상해 동/ 동남 아시아와 미크로네시아에 영향을 준다. 지구 자전이 원인으로 대륙과 바다, 적도는 태양 열에너지가 풍부한 반면 극지방 등은 결핍해 열적 불균형이 생긴다. 태풍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해들리 순환의 일부로 지구의 에너지 및 물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풍은 수온이 낮고 상승기류를 방해해서 수증기 공급이 감소하는 고위도로 이동하거나 지표면과 마찰이 생기는 육지에 상륙하면 쇠퇴한다. 소멸하면 열대저압부 또는 온대 저기압으로 변한다.

열대저기압인 태풍의 강도는 주로 최대 풍속으로 결정된다. 태풍의 등급은 중심 최저기압, 1~5분 동안 평균 풍속이나 풍향, 강수량과 그 강도, 87km/h 또는 118km/h 풍속이 나타나는 반지름 등으로 결정된다.

태풍은 코리올리 힘의 영향으로 북반구에서는 시계 반대방향,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폭풍 중심으로 향하는 나선형의 저기압성 순환을 한다. 중심일수록 풍속이 감소하여 산들바람이거나 무풍상태의 눈 구조를 갖는다. 한해 태풍의 수는 30~100여 개로 다르며, 1/4은 동남아시아, 1/7은 카리브 해역, 1/10은 남서태평양과 호주 해역에서 발생한다.

태풍은 수온 26.5℃ 이상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며 많은 수증기와 중심 부근에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다. 전선은 동반하지 않고 중심에 하강 기류가 발생해 반경이 20~100km 정도의 약한 바람과 날씨가 맑은 태풍의 눈이 있다. 초기 무역풍을 타고 서북서진하다 북상해 편서풍을 타고 북동진한다. 수증기 잠열이 에너지원이라 육지에 오르면 세력이 약화된다. 중심의 눈 주변으로 적란운의 구름 벽(벽운)이 형성되고 나선 모양의 구름 띠가 말려들어가는 타원 형 소용돌이 모습이다. 이 벽과 띠에서는 강한 소낙비가 내리고 띠 사이의 층운형 구름에선 약한 비가 지속적으로 내린다.

태풍에 최초로 이름을 붙은 사람은 1900년대 초 호주 퀸즐랜드 기상대 예보관인 클레멘트 래기(C. Wragge)다. 당시 호주 예보관들은 혐오 정치인의 이름을 붙였다. 북서태평양 태풍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공군과 해군에서 이름을 붙였고, 1999년까지 괌의 미합동태풍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다. 현재는 일본 기상청 산하 도쿄 지역특별기상센터가 이름을 붙인다. 이는 2000년 태풍위원회의 회원국 14개 기관이 자국 이름을 10개씩 제안한 것으로 총 140개를 28개씩 1조부터 5조까지 국가명을 기준으로 로마자 순서대로 붙인다. 심각한 피해를 준 태풍 이름은 해당 회원국이 요청하면 영구 제명되고 새로운 이름으로 교체된다. 한글 명칭은 국립국어원에서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정한 표기이다.

인간과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주는 ‘태풍(typhoon/ hurricane/ cyclone)’은 어디에서 유래하였을까?

‘typhoon’은 중국-티베트어족의 ‘大風(dàfēng, big wind)’, 광둥어 ‘daai/ tai fung’이 아랍어 ‘ṭūfān(폭풍우)’이 되었고 1560년경 포르투갈어 ‘tufão’를 거쳐서 영어 ‘typhoon‘이 됐다 믿어진다. 반론으로, 신화의 괴물 Typhon이 변한 고대 그리스어 ‘Tuphôn/ Typhon’이 아랍어를 거쳐 중국어로 유입되었고 다시 유럽으로 왔다고 주장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는 ‘touffon’이란 철자가 15세기 문헌에 있고 또한 프랑스에서는 ‘typhon’으로 쓰였기 때문에 중국어 ‘대풍’ 유래 설은 부자연스럽고 아랍어/ 우루두어 기원이나 그리스어 기원이 유력하다 주장한다. 지금의 ‘typhoon’ 철자는 1771년 ‘tay-fun/ ty-foong’에 이어 1820년경 나타났다. 또 다른 설로는, 1906년 일본기상학자들이 영어 ‘typhoon’과 유사한 발음과 의미를 가진 단어를 찾다가 한자로 ‘颱風’이라 작명했다고 한다.

‘hurricane’은 타이노어인 ‘juracán’에서 유래된 말이 스페인어 ‘huracán(폭풍, 허리케인)’이 되고 다시 이 말을 차용하면서 영어 ‘hurricane’으로 최종 정착했다. 옥스포드영어사전에 의하면 스페인어로 정착하기 전에는 ‘furacan/ furican/ haurachan/ herycano/ hurachano/ hurricano’ 등 여러 발음이 있었다.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에는 ‘hurricano’라 나온다. 

‘cyclone’은 고대 그리스어에 기초하여 1840년경 Henry Piddington에 의해 쓰여졌다 추정한다. 날자와 고대 그리스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고대 그리스어 ‘kúklos(circle, wheel)’나 ‘kuklóō(go around in a circle, form a circle, encircle)’에서 유래되어서 ‘cyclone’으로 정착했다고 본다.

대서양 서부, 멕시코와 카리브 해에서 북미로 향하는 열대저기압은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의 벵골 만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은 사이클론(cyclone)이라 한다. 브라질 동쪽 남대서양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아 브라질은 사이클론,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으로 혼용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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