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파파라치(paparazzi)는 유명인들을 몰래 미행하면서 사진을 찍어 고액을 받고 신문 등 언론에 사진을 파는 직업적 프리랜서 사진사를 이르는 말이다. 본래 정치인, 연예인 등 대중에 널리 알려진 유명인을 대상으로 몰래 사진을 찍는 사진사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반인의 범법행위 장면을 몰래 찍어 신고할 목적으로 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사진사의 의미로 변형되어 쓰이기도 한다.

범법행위 제보가 파파라치 의미로 쓰인 계기는 2001년 3월 교통위반 신고보상금제가 도입되면서부터다. 교통위반 차량을 몰래 사진 촬영해 정부 보상금을 타내는 전문 신고자들은 ‘카파라치’, 쓰레기 불법투기자를 신고하는 ‘쓰파라치’, 학원 불법영업을 신고하는 ‘학파라치’ 등 온갖 종류의 파파라치 합성어가 대중에 퍼졌다. 몰래 제보하는 사진사를 양성하는 전문 학원도 성업중이다.

이탈리아어로 '파리처럼 웽웽거리는 벌레'를 뜻한다는 파파라치는 이탈리아 영화의 전성시대인 1960년대에 주로 로마 등 이탈리아 도시들에서 활약했지만, 오늘날 파파라치가 가장 극성을 부리는 나라는 타블로이드 황색지가 발달한 영국이다. 본격적으로 이 말이 널리 퍼진 것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 주연의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에서 촬영되면서 이들을 따라다닌 사진사들을 파파라치라 부르면서 세계적인 단어가 됐다. 파파라치의 가장 큰 피해는 영국의 다이아나 황태자비가 파리에서 이들을 피해 달아나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이다.

유명인에게 지겨운 ‘파파라치(paparazzi)’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이탈리아어 ‘Paparazzi’는 복수형으로 단수는 ‘paparazzo’다. '파파라초'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1920~1993)의 1960년 영화 “달콤한 생활”에 등장한 카메라맨 이름인 Signor Paparazzo에서 유래했다는게 정설이다. 다른 설로는 이탈리아어로 파리가 달려드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를 차용했다고 한다. 1960년대 후반 복수형인 ‘paparazzi’가 몰래 사진을 찍는 사진사란 의미로 영어에 차용되어서 최종 정착을 했다. Robert Hendrickson은 그의 저서 “Word and Phrase”에서 펠리니가 모기들이 윙윙거리는듯한 성가신 소리를 언급하는 이탈리아 방언에서 파파라초를 가져왔다고 썼다.

실제 펠리니는 인터뷰에서 ‘파파라초’는 윙윙거리고, 맴돌며, 잽싸게 움직이고 쏘는 곤충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설들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백과사전인 Treccani에서 기제되었다. 하지만 다른 이견도 있는데, 예를 들어 “달콤한 생활” 공동 저자인 Ennio Flaiano는 Abruzzo 방언에 ‘파파라초’는 특정 지역의 대합조개를 지칭하고 또한 카메라 렌즈의 셔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펠리니의 영화작가 Flaiano는 인터뷰에서 파파라초는 이탈리아 시인인 Margherita Guidacci가 “Sulla riva dello Jonio(이오니아해에서)”로 번역, 출간한 영국 소설가 조지 기싱(George Gissing, 1857~1903)의 여행기 “By the Ionian Sea(1957)”란 책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이 여행기에는 요즘의 파파라치 같은 호텔 주인 Coriolano Paparazzo가 등장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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