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오늘날의 우리들은 잠시도 눈앞에 스크린이 없는 것에 불안증을 느낀다. 집에서는 TV가 일터에서는 컴퓨터가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마주해야 안심한다. 눈앞의 영상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냥 흐르는 정보를 보기에도 벅차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심지어 눈앞에 긴 글이 펼쳐지면 읽는 것을 회피하는 거부증마저 생겼다. 이에 따라 특정 페이지에서는 긴 글의 요약을 따로 제공하는 실정이다. 이마저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자 그림으로 단번에 어필하는 카드뉴스 식의 정보를 제공한다.

학교에서는 원리의 이해와 근본을 파고드는 교육이 아닌 문제를 읽고 답을 해결하는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진다. 때문에 왜 답이 되는가가 아닌 정답을 찾는 연습을 한다. 주어진 시간 내에 빨리 답을 찾는 방법만 배우다 보니 자신만의 방법이 없다. 연습한 것 외에는 생각하는 것이 안 되니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 안 되어 자기소개서 한 장을 쓰지 못해 대필하고 과외까지 받아야 한다. 이렇게 길들여진 정규 교육의 끝에서 만나는 대학마저 아이들을 온전한 학문의 세계로 가이드하지 못하고 고시원이 되고 있으니 이들이 무엇을 생각하며 미래를 만들 수가 있을까.

하나하나 자신의 기억과 메모에 의존했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이다. 연락처는 모두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어 터치 하나로 원하는 상대와 연결되니 기억의 필요가 없다. 필요한 서류나 보고 싶은 영상도 휴대폰에 넣어 휴대폰은 본인의 저장고이자 기억의 베이스가 된다. 휴대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고 있다. 익숙해진 틀 안에 갇혀서 그것이 옳은 방법인냥 쳇바퀴를 도는 것이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매번 새 정권이 들어서면 새로 들어선 티를 내려고 각종 혜택에 정책을 낸다고 하지만 기존 정부의 옷을 돌려 입는 꼴이다. 혁신이라 주장하지만 정말로 틀을 깨고 새로이 하는 혁신이 아닌 이름을 바꾸고 무늬 몇 개를 달리하는 것에 그쳐 진정한 혁신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들 역시 가지 않은 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방법으로 안전을 파고드는 아이들처럼 정부 역시 시대가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익숙함을 버리지 못해 새로이 달려오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물체에 센서를 부착하여 네트워크로 새로운 시스템을 세워가고 있는데 우리는 기존 산업의 틀을 깨지 못해 다가오는 산업패러다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산업은 타이밍이다. 적기에 플레임을 구축하여 바퀴를 돌리지 못하면 또 후발주자를 면치 못해 선두를 따라가기 바쁘다. 특히 과거처럼 시간이 기다려 주는 시대가 아닌지라 초기 경쟁우위를 확보하느냐 못하느냐에 기복이 매우 크다. 기득권은 과거의 방식을 습관적으로 이어가고 임기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현재를 놓치고 미래를 방관하고 방치하는 그 끝에는 통제하기 어려운 경제를 마주하게 한다. 어디부터 어떻게 라고 묻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고 달리기를 주장하기에는 나약한 산업과 경제가 서 있는 것이다.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시사칼럼니스트
시인(2011년 등단)
현)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저서 : 새벽한시간, 지하철안에서 생각을 만나다
      남자시, 그렇게 보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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